|
관심, 사랑이 고픈 아이들
오늘 아이들과 함께 TV를 봤다. 코미디였는데 한 장면에서 생활지도 선생님과 내가 함께 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멍하니 보고 있다가 "왜 웃어요?"한다. "저 말이 우습잖아?" "뭐가 우스워요? 하나도 안 우스운데…" 그러면서 슬쩍 우리 눈치를 살핀다. 물론 어떤 때는 우리 눈치를 보며 과장스럽게 따라 웃는다. 분명 이해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럴 때마다 우린 가슴이 아프다. 우리 아이들이 웃는 장면은 주로 과장된 행동을 볼 때다.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나 문화적으로 이미 선지식을 갖고 있어야 할 장면에선 아이들 반응이 없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남쪽 아이들과 절대 어울리지 못한다. 남쪽 아이들과 어울리면 시쳇말로 '쪽 팔리니까' 싫단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인터넷을 하고 최신영화도 개봉하자마자 보고 유행하는 노래도 MP3에 저장해 듣는다. 그럼에도 서로 문화수준과 정서가 통하지 않는다. 새터민들의 한국사회 적응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가 대인관계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한국사람 기피증'이 있다.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자기네끼리만 어울린다. 우리 집에 한국 사람들이 오면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우리 아이들도 한국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다. 노력하는 게 힘들어 싫고 자존심이 상해 싫단다. 자기들 끼리만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돈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이 한국 사람을 기피하는 이유는 영어와 은어 사용 문제와 생각 차이에서 오는 표현상 차이, 문화 차이에서 오는 대화의 질적 문제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내말을 들어줄까?'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다. 남쪽 아이들이 '은어'를 쓰면 자기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갖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심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심리적 불안은 이들에게 소외와 고독, 열등감, 불안, 불신을 갖게 하고 이러한 감정이 이들의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만든다. 돈보스코는 예방교육에서 '청소년들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게'하라고 한다. 심리적 안정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게 하고 대인관계를 원만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새터민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도록 하려면 이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까지 관심과 사랑을 듬뿍 줘야만 한다. 노공순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꿈사리 공동체 대표) |
[묵상] 관심, 사랑이 고픈 아이들 ㅣ 노공순 수녀님 2007.03.29
2007. 3. 30. 오후 11:01:28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