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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자들 소감 여러분들, 축하해 주십시오. 어제 6명의 예수회 수사님들이 첫 서원을 발했습니다. 지난 해 제가 예수회 첫 서원식에 참례하고 돌아와서 서원자들의 소감을 기억 안에 떠올려서 적고 홈이나 카페에 올리기도 했었지요. 작년에는 소감을 들은 지 여러 시간이 지난 후였는데도 수사님들이 말하던 모습이나 목소리의 톤까지도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서원자들의 소감이 깊이 제 인상에 남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지요. 어제 서원자들의 소감도 작년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말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어제는 불과 한 두 시간 이내에 컴퓨터 앞에 앉았기 때문에 기억하면 내용을 더 잘 적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어요. 저는 처음에 일년 사이에 제 머리가 나빠졌는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분명히 머리가 나빠진 면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의 서원자들은 제가 한 과목을 가르쳤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조금 알고 있었는데 반해 올해 서원자들은 제가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었지요. 아하, 바로 그런 차이로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사람을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어요. ‘말씀의 집’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5 개월이 넘었는데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수련원 형제들에게 소홀하고 관심과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어요. 이웃 사랑을 가르치신 예수님께 미안하고 수련자들에게 미안하고... 올해는 자주 수련원을 들리고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겠어요. 각설하고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지만 떠올랐던 수련자들의 소감을 나눕니다. * 관구장 신부님, 수련장 신부님, 그리고 지원장이셨던 임헌옥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동안 위의 세 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세 분 모두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저 같으면 잘못 된 점은 빨리 고쳐주고 어떤 결과를 보려고 했을 텐데, 답답한 그런 상황에서 그냥 기다려 주고 본인이 스스로 상황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셨기 때문에 특별히 이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년 전에 제가 어둠 속에서 빛이 없는 것처럼 느꼈었어요. 돌아보면, 지원기 시절을 포함하여 지난 3년 동안에 조금씩 빛을 보았어요. 과연 내가 수도자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깜깜한 어둠으로 느꼈었는데 제에게 순수한 면, 진실하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빛의 체험이 있었어요. 특히 수련장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제게 온전한 신뢰를 배우게 해 주셨어요. * 수련장 신부님이 다른 분이었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당신은 잘 모르시는 것 같지만 참 마음이 따듯하고, 한 마디로 참 좋은 분이예요. 사랑을 많이 느꼈어요. 형제들에게도 감사드려요. 형제들과 참 지지고 볶고 많이 싸웠는데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10원짜리 동전 하나 없이 성지 순례를 갔을 때, 몹시 추웠고 과연 순례 체험을 잘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요. 그런데 정말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재워주고 따뜻한 아침밥까지 해서 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참 고마움을 느꼈고, 이 자리에서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앞으로의 제 삶도 바로 그런 삶이 아닌가 생각해요. 제가 예수회에 들어올 때 아무 것도 지니고 오지 않았지만 먹여 주고 재워 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요. * 저는 미사 내내 두 가지 생각이 서로 싸우고 있었어요. 하나는 “네가 무슨 자격으로 서원을 하느냐”는 악마의 유혹이었고, 다른 하나는 참 부족함이 많은 나이지만 그분의 은총에 맡겨드려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은 할아버지 신부님, 진성만 신부님이십니다. 저는 정말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어요. 50년 전 전쟁의 폐허였던 이 땅에 예수회를 시작하셨던 진 신부님과 다른 신부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오늘 이렇게 예수회 안에서 서원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 저는 함께 이 길을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싶고, 특히 저의 어머니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제 덕분에 구원 받으신 저의 어머니의 함께 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지고 큰 힘이 되었어요. 참 기뻐요. 제가 작년에 사회를 보면서 만세 삼창을 하게 했는데 오늘 정말 제가 너무 기뻐서 만세를 부르고 싶어요. 한민이랑 마찬가지로 저도 수련장 신부님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예요. 참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예요. 신부님에게서 그냥 믿어 주고 받아주는 아버지로서의 부성을 많이 느꼈어요. * 제가 예수회에 입회하기 전에는 “그래도 하느님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 길을 왔지요. 이제 2년 지나서 돌아보니 하느님이 저를 포기할 수 없고, 저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분 한분 바라보고 수도회에 왔고, 정말 그분을 사랑하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늘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 사람들에게 “이분이 내 사랑하는 친구야.”라고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어제 수련장 신부님이 서원자들 다 모이라고 하셔서 저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시는 것으로 기대했어요. 그런데, 서원문 읽어보라고 하시더니 틀리게 읽은 곳 두어 군데 고쳐 주시고, 이제 수도생활의 시작이라는 등의 몇 마디 하시더니 그냥 “그럼 잘 자라.” 하시고 나가셨어요. 생각해 보니, 이제 말로 하실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 동안 사는 것을 보셨고, 이제 됐다고 믿어주시는 것으로 생각되어 기뻤어요. * 저는 막내라 이미 좋은 말들은 형들이 다 해 버렸네요. 저도 감사드리고요. 저는 제 마음을 잘 표현해서 담고 있는 김광석의 노래 ‘자유롭게’를 형들을 위한 축하로 들려 드리고 싶어요. (기타를 치며 ‘자유롭게’를 노래를 부르다.) * 수련장 신원식 신부: 제가 뒤에 앉아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서원자들이 울면, 다른 분들이야 “아, 수련을 잘 받고 거룩해져서 저렇게 우는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동료 예수회 형제들은 수련장이 얼마나 호되게 고생을 시켰으면 수련자들이 눈물을 흘리는가? 라고 생각할 것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뒤에서 서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그 말의 의미는 수련자들이 저를 고생 많이 시켰다는 뜻이지요. 하하. 참 감사해요. 수련자들에게는 그냥 같이 살아준 것이 감사하지요.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도움을 준 다른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수련장으로서의 이미지를 말씀드린다면 그냥 빈둥거리는 아버지입니다. 자식들은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데 아버지는 그저 빈둥거리고 있는 것이 저의 모습이라 늘 부끄럽지요. 이렇게 서원을 시키면서 참 내가 그동안 제대로 잘 살지 못했구나, 올해는 좀 더 잘 살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매 년 똑같게 살고 있어 늘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서원자들은 빈둥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닮지 말고 빛나는 모습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
2007.03.28 /[강론] 서원자들 소감 [ 류 해욱 신부님 ]
2007. 3. 30. 오후 9: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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