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해 연중 제 7 주간 화요일. 2007. 2. 20. 토평동.
집회 2, 1-11. 마르 9, 30-37.
아이러니컬한 장면입니다. 스승은 수난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제자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인가를 논쟁합니다. 둘 사이에 사랑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가야할 길을 확실히 인지하고 계시는 분과 아직도 깨닫지 못한 이들 사이에 아직 메워지지 않은 틈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대사회에서 이러한 서열 다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슐라터는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말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것이 예배를 드리기 위한 모임이든, 공동으로 식사하는 자리이든, 법률상의 사무처리 과정이든 사람들이 접촉하는 곳에서는 항상 누가 더 큰 사람이냐는 물음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각자에게돌아가는 명예의 정도를 재는 일은 극히 중대한 일로서 취급되어 끊임없이 실행되었다.”(Adolf Schlatter, 「그때 예수께서 물으셨다」88p 인용)
당시 어느 자리에서건 서열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말이죠. 제자들은 아직 시선이 이 세상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썩어 없어질 이 세상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향해 있는 것이 당신의 모습이고, 그것을 위해서 당신은 수난과 죽음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시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스승께서 앞길에 대해 말씀하실 때 입을 열지 않고 묻는 것조차 두려워합니다. 그것은 잘 깨닫지 못했기도 했지만, 예수께서 계속해서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더 확신에 찬 말씀을 하실까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길을 자신들도 따라야 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위로가 되는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분께서 조금이라도 우리의 수고, 우리의 시련이 필요하다 하시면 외면하거나 못 들은 척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니까 말이죠. 그러나 우리는 그분의 말을 들어야 하는 신앙인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뜻과는 다르게 서열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제자들을 자상하게 다시 가르치십니다. 못 알아듣는 그들이 답답하셨겠지만, 자리에 앉아 제자들을 자상하게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어린이 하나. 첫째가 되고 싶은 제자들에게 어린이 하나를 불러 가슴에 껴안으신 것은 자상함의 배려입니다. 그동안 예수께서는 많은 이들을 고쳐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서 중심에 서 계셨습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이 착각을 할 만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지금 당신 소외된 이들 중 하나인 어린이를 불러 한 가운데에 세우십니다.(어린이는 당시 사람 숫자에도 포함하지 않았고, 어린이와 얘기하는 것을 시간 낭비로 생각했었다) 첫째가 되는 것은 많은 이들을 고쳐주는 것이나 귀신을 내어 쫓는 권세와 관계가 없고 섬김 겸손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누가 누구를 치유했다거나 어떤 힘을 가진 이를 존경하는데, 그것을 잘못이라 말할 수 없지만, 그러나 첫째가 되는 것은 겸손이며 모든 이의 종이 되는 것이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당에서는 물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정작 집에서는 너무나 엄해서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고. 다른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하려는 독선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시어머니든 시아버지든, 아니면 아버지든 어머니든, 혹은 성당에서 주교이든 사제든 수도자든 그 누구라도 그런 모습이라면 그는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다시 들어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병을 치유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며 더러운 영을 쫓아내는 것에서도 모범이셨지만, 종이 되는 섬김 겸손에 있어서도 모범이셨습니다. 늘 한 가운데에 서 계신 예수님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이와 같은 이들을 한 가운데에 세우시는 예수를 먼저 만나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존재가 가는 길에서 오락가락하는 존재입니다. 주님의 길을 간다 하면서도 이내 자신의 생각, 자신의 계획에 주님의 계획, 뜻을 가려버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주님의 길을 계속해서 가야하며, 그분께서 다시 자상하게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모습에 함께 해야 합니다. 그것이 구원받는 길입니다. |
다해 연중 제 7 주간 화요일./서열 다툼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2. 오전 11:54:15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