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어부지리입니다 - 장재봉 신부님

2006. 11. 6. 오전 10:27:57

글자

2006.11.6. 월요일

 

루카 복음 14장 12-14절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우리들은 어부지리입니다     장재봉 신부
이스라엘의 잘못은 율법이 살아 숨 쉬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그 형식에 얽매였던
일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들이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그 정신을
되찾도록 일깨우십니다.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갚을 수 없어서, 은혜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이웃에게 베푸는 일은 결코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하늘 곳간에 보화로 쌓여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마태 6,20 참조).
초대를 받았으나 되갚을 수가 없는 가난한 이들을 초대하라는 말씀 안에서,
그들의 처지를 가슴 아파하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애잔하게 여기시는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모세가 일러준
‘저주의 경고’에 따라 하느님께로부터 ‘벌을 받은 죄인’으로 낙인이 찍혔던
사람들입니다(신명 28장 참조).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직접 ‘거룩하지 못한
사람’으로 구별하셨던 부류이기도 합니다(레위 21,20 참조). 그들의 소외된
세월은 턱없이 길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이렇게 많은
요즘이라고 해서 그들의 사정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자들입니다. ‘어부지리’로 초대받은
가난한 불구자이며 소경이고 절름발이들이 우리입니다. 예수님이 아니시면
언감생심 하느님 근처에 얼씬거릴 수나 있겠습니까? 보답할 수 없는 그 은혜를
하찮은 내 것으로 나누려는 우리의 작은 일에, 보상까지 주겠다고 약속하시니,
속 좁은 인간으로서는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그대는
반듯반듯한 예쁜 글씨로 ‘그대는 말씀의 연인’이라 씌어진 성경을
선물 받던 날, 연인이란 단어는 가슴을 시리게 하며 둥지를 틀었다.
이미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연인이란 말마디로 불러본 적이 없는 분,
그분이 누구인지 담겨 있는, 성경의 첫 장에 씌어있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시리도록 깊이 다가왔을까. 목숨을 다 바쳐 한 사랑 때문일까, 죽어서야 얻은 사랑
때문일까. 얼마 전 성경 필사본 전시회에서 그 성경을 선물해준 분이 쓰신
필사본을 보고 다시 가슴이 시려왔다. 그 필사본은 그분의 마음이었다.
반듯한 사랑, 한결같은 사랑, 흐트러짐 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연서였다.
그분은 정녕 말씀의 연인이었다. 우리는 한 분을 사랑하고 있건만 내 사랑은
너무도 작아 보여 가슴이 시렸다. 열나흗날 달이 휘영청 하다. 달빛이 흐르는
강가를 걸으며 함께 길을 가고 있는 연인에게 말을 건넨다. 생각하는 것만큼
표현하고, 아는 것만큼 보이고, 느끼는 것만큼 보듬게 되는데 나는 얼마만큼
임을 사랑하는지 물어보았다. ‘성경을 정성껏 필사하지도, 성경을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사랑에 순종했잖아. 내민 내 손을 덥석 잡아주었고, 가자는 길로
따라와주었고, 바람 불던 날 우린 함께였잖아. 그러면 되는 거야. 사랑은
의식도 아니고 감정도 아니야. 사랑은 함께 걸어가는 거야!’우리는 달빛 아래에서
다시 언약하였다. 지금 이렇게 이 모습으로 서로의 연인이 되겠노라고,
그대는 나의 연인이라고….

오석자 | 경남 진주시 신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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