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게 하여 주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하여 주소서
상사와 선배를 존경하고
아울러 동료와 후배를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아부와 질시를, 교만과 비굴함을 멀리하게 하여 주소서.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일주일에 몇 시간은 한 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게 하여 주소서.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갖게 하시어
한 달에 하루쯤은 지나온 나날들을 반성하고
미래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인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함과
큰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니게 하시고
적극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
자기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남의 허물을 따뜻이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과
고난을 끈기있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더욱 길러 주소서.
직장인 홍역의 날들을 무사히 넘기게 해 주시고
남보다 한 발 앞서감이
영원한 앞서감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시고
또한, 한 걸음 뒤쳐짐이
영원한 뒤쳐짐이 아님을 알게 하여 주소서.
자기 반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시고
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매사에 충실하여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매일 보람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이 직장을 그만 두는 날
또한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 하여 주소서.
* <아버지의 사랑> -연탄길 중에서-
아버지가 병으로 누운뒤 수연이네 집은 언제나 우울했다.
몇년전, 수연이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끝내 중풍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몸의 반쪽이 거의 마비된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했다.
그리고 중풍 후유증으로 언어장애까지 생겼다.
말수가 없던 아버지는 병으로 누운뒤 더 말이 없어지고
깊게 그늘진 눈으로 온종일 방 안 천장만 바라보았다.
어느 겨울 날 수연이 오빠인 성준은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아주 잘했구나, 성준아. 고맙다.'
엄마는 오빠의 합격을 기뻐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내 쓸쓸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병원비도 빚을 지고 있는 형편에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한다는 것은 엄마에게 너무도 힘겨운 일이었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 자취나 하숙까지 해야했다.
"성준아.에미로서 자식에게 할말은 아니지만,
만약에 만약에말야.
등록금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쩌지?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봉제공장에서 버는 돈만으로
우리 식구 밥먹고 사는 것도 빠듯하잖아!!~
아버지 병원비도 그렇고 말야"
핼쑥해진 엄마는 죄인처럼고개를 떨구었다.
엄마는 허망한 얼굴로 땅이 꺼지도록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누운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남들은 대학에 못 들어가서 난린데. 우리집은 왜이래. 말도 안돼.
이번에 등록금 못 내면 나는 집을 나가서 혼자 살거야,
그런 줄 알라고"
공부는 잘하지만 독선적인 성준은
목청을 있는 대로 돋우며 꼿꼿하게 말했다.
성준은 돌아누운 아버지를 흘깃 째려보고는
쌀쌀맞게 낯을 찡그리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엄마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맥빠진 얼굴로 훌쩍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어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야지요.
아이들에게 해줄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이렇게 누워만 있으면 어떡해요.
나 혼자 둥둥거려 봐야 밥 먹고 살기도 힘들잖아요"
설움에 복받친 엄마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엄마는 깡마른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꺽꺽 흐느꼈다.
그런 엄마가 가엾어서 수연이도 옆에 앉아 훌쩍였다.
잠시 후 마음을 가라앉힌 엄마는머쓱해진 얼굴로 아버지를 위로했다.
"여보.내가 괜한 억지를 부려서 미안해요.
당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 줄, 전들 왜 모르겠어요.
아까는 하도 속이 상해서 그랬어요. 마음푸세요.
여보 제가 잘못했어요"
엄마의 말에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날 집을 나간 성준은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감감했다.
들어오지 않는 성준 때문에 수연이네 집은
더 무거운 슬픔 속으로 빠져들었다.
성준이집을 나간 지 5일째 되던 날,
오후부터 질금 질금 가랑비가 뿌렸다.
성준이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우산도 없이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안방 문틈 사이로 아버지의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어장애가 있는 아버지는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더듬더듬 거리며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여.......여보세요. 제.....제가요.
신장을 팔수 없나 해서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아버지의 힘에 겨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제....제 아들놈, 대..........대학 등록금 때문에..
그 .......그....그러는거니까....꼭......꼭
좀 부....부탁드립니다. 꼭...........꼭이요."
마루에 걸터앉은 성준이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눈물이 핑돌았다.
문득 오래전 학교 선생님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아버지의 사랑은 등대 같은 거야.
밝은 낮에는 태연한 척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가,
어두운 밤만 되면 깜박깜박 제 몸을 밝히는 등대와도 같은 게
우리들의 아버지거든,
아버지들의 침묵 속에는 사랑한다는 말이 담겨 있는 거야."
치자꽃 하얀 성준이의 얼굴위로
눈물 한 줄기가 가만가만 흘러내렸다.
아린 가슴속에 꼭꼭 감춰두었던 울음이
꽉 다문 입술을 비집고 자꾸만 자꾸만 터져 나왔다.
* <이별>
“제 여자 친구가 오늘 저에게서 떠나갔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맑은 날이 있겠죠?”
.
.
.
.
.
.
.
.
.
.
.
.
.
내일 비옵니다
"참된 말이란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조심성 있게 심사숙고한 뒤에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대가 무슨 말을 하든
그 말은 침묵보다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아라비아 격언)."
어제가 입춘이었어요.
모두 입춘대길하시길 빕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작은 로망스 - 죽도록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