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간 월요일> 우리의 힘이신 예수님- 이기양 신부님

2007. 1. 29. 오전 11:31:30

글자

연중 제4주간 월요일>               우리의 힘이신 예수님

 

제 1독서 : 히브 11,32-40 (그들은 믿음으로 여러 나라를 정복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더 좋은 것을 내다보십니다.)
복    음 : 마르 5,1-20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오늘 복음은 게라사 지방의 더러운 악령 들린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악령 들린 사람이 어찌나 난폭했던지 아무도 휘어잡지 못하였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안하무인이었던 악령 들린 사람이 멀찍이서도 예수님을 보자마자 엎드려 살려달라고 청합니다. 자기 이름을 군대라고 밝히며 돼지 떼 속으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지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저희를 돼지들에게 보내시어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마르5,7-12)
   돼지 떼 속에 들어간 군대라는 이름의 악령 때문에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가 물에 빠져 죽고 맙니다. 이것을 본 동네 사람들은 돼지 떼가 몰사하는 것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 예수님께 자기들의 동네를 떠나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임으로써 또 다른 재산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지요. 한편 치유가 된 마귀 들렸던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다니겠다고 애원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허락지 않으시고 가족들에게 돌려보냅니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마르5,19)
   그는 물러가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두루 알렸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마다 모두 놀랐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들으면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첫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왜 악령을 돼지 떼 속에 들여보내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를 죽게 하는 피해를 입히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돼지를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했고, 또 돼지 치는 일도 금기시하였습니다. 그 생각이 여기에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금했음에도 돼지를 수천 마리씩이나 길렀던 것은 이방인들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돼지를 길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를 희생하면서까지 사람의 존엄성을 회복시켜 주시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는 오늘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돈 몇 푼에도 사람의 가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낙태가 수없이 자행되고 극도의 이기심으로 부모와 자식을 버리는 일들이 일어나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로 옆에 굶어 죽어 가는 이웃이 있는데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쓰러뜨리는 이 모든 거친 행위들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깨우쳐 주십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재산보다도 사람이 중요함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천 마리의 돼지를 희생하면서까지 가르쳐 주셨지요. 사람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예수님의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 악령 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따른다고 했을 때 왜 예수님께서는 그를 만류하신 것일까요? 우리의 생각에는 따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따라오게 하여 당신의 놀라운 행적을 알리게 하면 하느님 나라를 퍼뜨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예수님의 생각은 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길과 평신도의 길이 있지요. 아마도 열 두 제자의 길은 성직자나 수도자의 길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 두 제자를 뽑으신 이후에 동고동락하는 측근의 제자를 따로 뽑지 않으셨습니다. 그 대신 예수님은 예수님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들에게 이제 삶의 자리에서 그 분이 바로 주님이심을 전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고 싶어도 허락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길을 원한다고 원하는 모두가 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뽑아 주셔야 가능한 것이지요.
   예수님은 오늘 치유 받은 사람에게 평신도의 길을 요구하시지요. 평신도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을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평신도인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몸담고 있는 그 곳, 가정과 직장과 이웃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증언하고 실천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평신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임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 내 마음을 흔드는 것들을 만나게 됩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심이나 멋진 물건들에 대한 소유욕, 도박 등의 향락에 빠져드는 유혹에 저항하기란 쉽지가 않지요. 자신만의 노력으로는 여간 고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악령일지라도 예수님께서는 단번에 제압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보았습니다. 예수님 안에서 기도하고 노력할 때 그 어떤 깊은 병도, 유혹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힘이신 예수님은 참 생명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이 중요함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고,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많은 일을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몫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면서 세상의 그 무엇도 인간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무너지면 사회의 모든 질서가 혼란스러워지지요. 우리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세상의 그러한 잘못된 흐름에 동조하거나 참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함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을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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