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사랑의 나라[류해욱신부님]
사랑의 나라
꼭 10년 전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위기의 상황을 맞았을 때, “우리 경제 위깁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을 잘못 발음하여 “우리 경제 이깁니다.” 라고 발표하여 국민들을 웃긴 대통령이 있었지요. 당시 구호로 내걸었던 소위 ‘세계화’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면서 국가 경제를 IMF 구제금융 사태로 몰고 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목격한 서민들은 심한 허탈감에 빠졌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할 것입니다. 그 후, 무엇인가를 깨부수고 싶은 이런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역할로서 조폭(조직 폭력) 영화가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는 사회 병리현상을 보였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가장 주먹이 센 녀석이 동네 친구였습니다. 녀석은 성당 나가는 제게 늘 “야, 너 하느님 믿지 말고 차라리 내 주먹을 믿어라”고 하면서 커다란 주먹을 내 보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을 온 더 덩치 큰 아이와 싸워서 진 이후에는 기가 죽어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이제 네 주먹 믿지 말고 하느님 믿어라"고 말했었지요. 그 녀석이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후에 성당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이 “예수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비유를 들어 말씀해 주시는 대목입니다. 마르코 복음에 비해 같은 내용을 조금 더 상세히 전하고 있는 루가 복음의 내용을 보면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라고 들려줍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 그때 그 친구 녀석이 생각나서 가만히 미소 짓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는 더 힘센 자가 나타나면 빼앗겨야 하는 그런 무력한 나라가 아닙니다. 당신의 나라는 남에게서 무엇을 빼앗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를 내어주는 나라, 우리 마음 안에 세우시는 나라, 바로 사랑의 나라입니다. 우리 마음 안에서 샘솟아 시냇물로 흐르다가 강물이 되고 마침내 바다에 가 닿아 대해의 고요 속에 잠기는 생명의 나라입니다.
어렸을 적의 친구 이야기를 하니까 신경림 시인의 ‘말과 별’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오늘 밤에는 밤하늘을 바라보시며 이 시를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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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별
-소백산에서
나는 어려서 우리들이 하는 말이
별이 되는 꿈을 꾼 일이 있다.
들판에서 교실에서 장터거리에서
벌떼처럼 잉잉대는 우리들의 말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는 꿈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찬란한 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릴 때의 그 꿈이 얼마나 허황했던 가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저 지도자들의 말들이
쓰레기 같은 말들이 휴지조각 같은 말들이
욕심과 거짓으로 얼룩진 말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별들이 되겠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역시
그 꿈은 옳았다고.
착한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이
망설이고 겁먹고 비틀대면서 내놓는 말들이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 속에서
괴로움 속에서 고통 속에서 내놓는 말들이
어찌 아름다운 별들이 안 되겠는가.
아무래도 오늘밤에는 꿈을 꿀 것 같다,
내 귀에 가슴에 마음속에
아름다운 별이 된
차고 단단한 말들만을 가득 주워 담는 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