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간 화요일 2007-01-23정(情) - 서 보효 신부님

2007. 1. 24. 오후 6:01:27

글자

연중 제3주간 화요일  2007-01-23

 

   마르 3,31-35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왔다. 그들은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을 불렀다. 그분 둘레에는 군중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초코파이 겉포장에 보면 한자로 情이라고 적혀있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정이 많습니다. 시골에 가보면 더욱더 정을 많이 느낄 수 있지요. 이성이 발달된 서구 사람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식사하고 서로 돈 내려고 당기고 밀치는 경우. 우리는 자주 보는 일이지만 서구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 안가는 일이죠.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것이 당연한데 말입니다. 모 신부님께서 유럽에 갔을 때, 한 외국인 신자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식사를 다 하고 나가는데, 그 외국인 신자가 자기 것만 계산하고 나가더랍니다. 황당하게 그지없었지만 우얍니까? 여기서는 초대하고 돈 내는 거는 별개구나 하는 상식을 하나 배우는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다음부터 초대받으면 돈 누가 내느냐고 물어보고 초대에 응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의 문화를 지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서구 사람들의 모습은 쩨쩨하고 치사하게만 느껴질 때가 많지요. 그러나 정의 문화 또한 많은 폐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줄 때문에 사회가 많이 병들었습니다. 능력 위주의 시스템이 아니라 혈연 위주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한계를 드러냅니다. 곳곳에서 연줄 당기기에 정신이 없어서 능력은 있지만 연줄이 없는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이러한 것이 그냥 뿌리치지 못하는 정의 문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정의 연줄로 이어진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해놓고 서로 권력 싸움을 하는 것이죠.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행동은 정의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모질게 보일 것입니다. 어머니, 형제들을 어떻게 그렇게 내칠 수가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정이라는 것에 젖어서 더 큰 정의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행동은 더 큰 정의를 위한 단호한 선택임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가족, 친척들을 챙기고 그들과 함께 지냈다면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지 않았겠죠. 또한 십자가의 고통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로 불러 주시기 위해 편한 가족의 자리를 박차고 험한 죽음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오히려 아무런 연줄이 없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아무런 연줄이 없지만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면 예수님의 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말씀은 하느님의 나라가 특정한 사람에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는 참다운 기쁨의 소식입니다.
또한 병들어가고만 있는 이 사회에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혈연, 지연, 학연의 모습을 교회에서 조차 따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 큰 정의를 위해 자기 것을 기꺼이 포기하고 희생할 수 있어야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의 형제가 될 수 있기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고 내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내 것만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위해 기꺼이 내 가장 소중한 것까지 버릴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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