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자연이 바로 책[류해욱신부님] /2007.01.21

2007. 1. 23. 오후 10:59:37

글자
자연이 바로 책- 성 안토니오 아빠스



  오늘은 첫 수도자이며 모든 수도자들과 은수자들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안토니오 성인의 축일입니다. 안토니오는 이집트의 아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으나 18세가 되던 해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둘만 남게 됩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지 불과 일 년이 채 되기 전이었답니다. 그는 늘 하던 대로 주일 날 성당에 가던 길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기 시작했답니다.

  “사도들은 어떻게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었는가?”

  이어서 사도행전의 구절도 떠올랐답니다.

  “초대 교회의 신자들은 어떻게 자기 재산을 팔아 전부 공동체에 내어놓을 수 있었는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성당에 들어갔을 때 복음 말씀이 봉독되고 있었고(그는 아마 미사 시간에 지각을 했나봅니다. 하하.), 그는 주님이 부자 청년에게 하신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마르 10, 21)


  안토니오는 마치 그 성서 구절이 특별히 자기를 위해 봉독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는 성당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자기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소유지를 전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줍니다. 그는 약 37만평 정도의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부자가 되었겠지요. 그는 토지 이외의 나머지 재산도 일부만 여동생을 위해 남겨 두고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가 되어 성당에 갔을 때, 다시 복음 말씀으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말씀을 듣고 여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그녀를 위해 남겨 둔 재산까지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따르기 위한 것이었지요. 여동생은 잘 알고 있던 믿을 만한 어느 동정녀의 보호에 맡기고 그는 남부 이집트의 고향 근처 산을 찾아다니면서 기도하는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을 했습니다.

  그가 고향 근처에서 머물자, 그를 걱정하는 친구들이 찾아와서 먹을 것도 가져다주는 등의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는 온전히 주님과만 머무는 고독을 원했기 때문에 더 이상 친구들이 찾아올 수 없는 광야 깊이 들어가서 혼자 은수생활을 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주로 광야 한가운데 위치한 고르팀 산의 동굴에 거처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성 안토니오 산이라고 불리는 고르팀 산은 홍해의 북서해안에 있는데, 이곳이 그가 여생을 보낸 장소였습니다.

  이미 로마 제국의 박해 시대에 광야로 피신해 홀로 고독과 하느님 안에 머물며 은수 생활을 한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그들은 아직 혼자 지냈습니다. 그런데 은수 생활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도움을 받고자 멀리까지 안토니오를 찾아오게 되고 자기들도 그와 함께 머물기를 청합니다. 안토니오는 혼자서 은수 생활을 하는 것보다 공동으로 생활하는 것이 초대교회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자기를 찾아 온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서 공동으로 수도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첫 수도자이며 공동체 수도 생활의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수도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영적인 가르침을 받고자 고르팀 산에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초면인데도 그의 얼굴에 나타난 기쁨을 보고 제자들 가운데서 그를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아들인 두 황태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그에게 기도를 청하는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합니다.

  안토니오는 황제의 편지를 받았을 때 그의 제자들에게 말했답니다.

  “황제가 나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해서 놀라지 마십시오. 그도 나와 같은 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오히려 하느님께서 바로 우리들에게 글을 써 보내셨고,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말씀하셨다는 것에 놀라야 합니다.”


  매일 미사 책 ‘오늘의 묵상’에 보면 “신비로운 것은 안토니오 성인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었음에도 교회의 호교론을 증언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아타나시오 성인은 자신의 저서 [안토니오의 생애]에서 안토니오 성인이 교회에서 유명해진 것은 학문의 지혜나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타고난 영적 신심 때문이었다고 증언합니다.”라고 쓰면서 일화 하나를 들려줍니다. 제가 오래 전에 [안토니오의 생애]를 읽은 기억으로는 안토니오가 글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들려주는 일화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하루는 철학자 한 사람이 안토니오를 찾아와 은둔 생활을 할 때에 독서에서 오는 즐거움과 위로 없이 무슨 낙으로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안토니오 성인은 “지혜의 학자님, 자연이 바로 그 책입니다. 저는 자연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글들을 읽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이야말로 하느님의 말씀이 담겨 있는 가장 좋은 책입니다. 우리도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안토니오 성인의 전구를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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