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간 화요일> 창조적 휴식/- 이기양 신부님

2007. 1. 16. 오전 9:57:37

글자

<연중 제2주간 화요일>                     창조적 휴식

 

제 1독서 : 히브 6,10-20 (이 희망은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합니다.)
복   음 : 마르 2,23-28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주일을 일요일로 고치자.’라는 논쟁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일을 주님과 함께’ 라고 광고를 내자 비신자들이 주일이 아니라 일요일이라고 시정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논쟁이었지만 주일에 대한 신자와 비신자의 생활 방식이 전혀 다름이 드러났던 사건이었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과 율법 학자들은 주일의 참된 의미에 대해서 논쟁을 벌입니다. 안식일은 히브리말로 ‘샵바트’(sabbatch)라고 하는데 ‘쉬다, 하던 일을 멈추다’라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이 되는 날 쉬셨기에 사람들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한 주간의 마지막 날을 거룩한 날로 정해 주님께 바쳐 드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기 때문이다.”(창세2,2-3)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할 때에 주간과 안식일 제도까지 제정하셨다고 창세기 저자는 말합니다. 안식일은 하느님의 백성을 다른 민족들과 구분 짓는 커다란 표징인 것입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에서는 이 ‘안식일’이 예수님과 율법 학자들 사이의 큰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불쌍한 병자를 고쳐 주시는데 이를 바리사이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지요. 이 안식일에 관한 갈등으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을 죽일 모의까지 하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안식일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분개하며 예수님을 율법의 파괴자로 고발하지만 사실 예수님은 안식일 자체를 부정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안식일이 되면 예수님께서는 으레 회당에 가셔서 전례에 참석하셨지요.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마르1,21-22)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 또한 계속해서 안식일 규정을 지켰습니다.
    “바오로는 늘 하던 대로 유다인들을 찾아가 세 안식일에 걸쳐 성경을 가지고 그들과 토론하였다.”(사도17,2)

   오늘 복음에서도 안식일 법을 놓고 바리사이들과 예수님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자르기 시작하자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따져 묻습니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마르2,24)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지요.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마르2,25-26)
   바리사이들은 참된 안식일의 정신이나 하느님의 뜻보다는 사람들이 만든 법의 세부 규정에 얽매인 그릇된 율법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휴식과 기쁨의 날인 안식일, 곧 하느님을 위하여 거룩히 지내야 하는 날이 일종의 금령의 날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짐스러운 날이 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법을 바로잡아 주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2,27)
   안식일은 하느님의 위한 날이고 하느님을 위함은 이웃 사랑으로 구체화됩니다. 다시 말해 안식일은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날인 것입니다.

   우리 시대 역시 안식일, 곧 주일을 신자의 의무로만 여기어 짐스럽게만 생각하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을 강박관념으로 여겨 주일을 지키지 않는 것이 죄가 되고, 하느님께로부터 어떤 징벌을 받을까 두려워서 아무런 느낌이 없이 미사에 참여한다면 그들은 또 다른 바리사이들로서 주일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 또한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주일은 나 자신의 휴식을 취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을 찬미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날입니다. 우리는 안식일을 통해 육체적인 휴식뿐만 아니라 영적인 재충전도 맞는 은총의 시간을 갖습니다. 안식일 규정은 예수님 시대나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나 하느님을 믿는 신자들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계명입니다.

   안식일 법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진정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예수님과 함께 매주간을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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