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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제29주간수요일
사제품을 앞둔 마지막 피정... 마지막 면담 시간에 저는 피정 지도 신부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부님, 이제 다 준비된 것 같습니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내려가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지금 당장 내려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타오른 불씨가 조금씩 꺼져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깨어 있는다는 것은 우리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불씨가 꺼지면 또 지피면 되죠. 자, 이제 가서 불러 주신 주님을 위해서 힘차게 살아가십시오.”
사제품을 받고 일년하고 몇 개월이 지난 요즘, 신부님이 하셨던 마지막 말씀을 다시 새겨보게 됩니다. 벌써 여러 가지 작은 일들에 흔들려 지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주님을 거의 잊고 다른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기도하고, 하루 종일 성체 앞에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피정 때의 결심은 현실 속에서 그리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오늘의 말씀은 저에게 그 동안 많이 흐트러졌던 복음적 자세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십니까? 영적인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항상 불씨를 간직하고 계십니까? 혹 불씨가 꺼져가거나, 아니면 불씨가 꺼졌는데도 모르고 계실 때는 없습니까? 늘 깨어서 주님을 기다리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우리의 나약함이 용기를 잃고 주저앉게 만들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늘 새롭게 꺼진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합니다.
어떻게 다시 깨어나시겠습니까?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이 말씀은 두려움을 주기 위해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의 말씀은 마지막 때를 준비함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때를 깨어 준비하는 사람의 자세로 ‘단순한 영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성인들은 ‘영적으로 단순한 것이 강하다’는 가르침을 주며 ‘단순성의 기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단순성의 기도’는 많은 것들을 복잡하게 기도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결심이나 좋은 영적인 순간들을 단순한 기도로 하루의 일상 중에 짧게 자주 바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님, 당신의 입으로 말하게 하소서.” 라는 단순한 기도를 자주 바치게 되면, 하루 동안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삶이 그 방향에로 모아져서 흘러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마지막 때라고 하면, 죽고 나서 맞는 어떤 심판 혹은 오늘과는 동떨어진 먼 훗날 어느 순간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 때는 바로 우리의 오늘 하루하루가 모여서 이루어짐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마지막 주님의 때를 향해 가는 우리의 삶이 오늘 하루의 단순함 속으로 방향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제가 참 좋아하고 즐겨 바치는 단순성의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 오늘 하루 제가 아침에 일어날 때 당신과 함께 태어나고, 밤에 잠들 때 당신과 함께 죽을 수 있는 그 삶을 살게 하소서.” 입니다. 바로 다른 날이 아닌 오늘이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요 동시에 마지막 순간입니다. 오늘 하루 속에 이미 마지막 주님의 때가 담겨 있습니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 말고 단순한 오늘의 기다림으로 자신의 영혼을 단련시키십시오. 형제, 자매 여러분, 남은 한 주간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종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마지막 주님의 때가 실현되는 새로움의 현장으로 봉헌합시다. 아멘.
복자 성당 정창주(프란치스코) 보좌 신부님
복자 성당 정창주(프란치스코) 보좌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