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정채봉

2008. 3. 29. 오후 11:14:38

글자
 

     

      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을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을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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