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강단지 세대인가?

2006. 7. 20. 오후 9: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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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강단지 세대인가!

내가 어렸을 때 잠자기 전 방의 윗목 한쪽 구석 맡에는 항상

요강단지가 놓여 있었다. 하얀 도자기의 꿀단지 같은 요강단지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언니는 요강단지 오줌을 재거름 무더기에 쏟아 붓고

한 팔에는 세숫대야에 걸레를 담아서 허리춤에 끼고

한 손에는 요강단지를 들고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라 도랑으로 갔다.

언니는 도랑에서 걸레를 빨고 요강단지를 깨끗이 씻었다.

지푸라기를 묶어 뭉치로 만든 수세미로 요강단지 안에 모래를 조금 넣어

빡빡 문질러 씻었다. 우리들은 잠이 들 깬 눈을 비비며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눈꼽만 겨우 떼는 세수를 하고 어느 새 잠이 깨이고 나면 오빠들은 물장난에서...

으레이 싸움으로 끝을 맺지만.... 뽕 잎 한 장 뜯어 비누를 돌돌 싸고 반짝이는

요강단지를 보며 기분 좋았던..... 오늘 저녁에도 볼 일을 볼 수 있을테니....

잠을 자다 보면 어머니가 일어나서 궁뎅이를 내어 놓고

요강단지를 깔고 앉아 볼 일을 본다.

아버지도 일어나셔서 입은 사리마다를 반 쯤 내리고

요강단지를 끌어안고 볼 일을 보신다.

잠자던 우리들을 깨워서 요강단지를 끌어안고... 깔고 앉아.... 볼 일을 보게 했다.

좀 더 자라서는... 꿀단지 같은 뽀얗던 요강단지는 (잘 깨지는 이유에서일까...ㅎㅎㅎ)

뚜껑이 있는 스텐 요강으로 바뀌었고 첫 날밤 요강단지의 유래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도 새색시가 시집 갈 때 혼수품 중 꼭 챙겨야 하는 요강단지 였다.

시집오는 올케의 요강단지 속에 뽀얀 쌀이 가득 담겨 있었던 생각이 난다.

그 안에서 부부가 되고, 자식이 되고, 가족이 되리라 그런 요강단지가 좋다.

나는 요강단지 때문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둘이면서 한 몸 인듯 하였다. 발 뒷꿈치의 떼까지

사랑하지는 않았겠으나 그 떼조차 허물없이 보여주며 살았다.

아버지 어머니의 삶에 나의 미래도 함께 있었다.

결혼해서 아버지 어머니처럼 살 길 원했다.

서로의 허물조차 덮어주고 감싸주는 그런 마음으로 살 길 원했다.

터진 입으로가 아닌 진정한 마음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둘이 하나인 마음으로 살 길 원했다. 어른들과 분가한 후 난 벗기 시작했다.

서로의 치부조차 마음대로 내 보일 수 있는 부부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그 치부를 사랑해달라는 말은 아니고 그 조차 이해를 좀 해 줄 수 있는

남편이길 아내이길 그런 넉넉함을 원했을 것이다.

집에서 만이라도.... 모든 위엄과 체면과 예의 바름을 벗어 버리고 싶었다.

세상에서 내 마음이 젤로 편안한 집이 길 원했고 자질구레한 모든

구속이나 속박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서의 편안함 소탈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으로 내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바라봐 주고,

느껴주길 바랬으며 영원히 함께 지킬 수 있는 사랑이길 원했다.

남편이 샤워 중이면 옷을 벗고 들어가 같이 샤워하고 등 밀어 주고

50촉 백열등 아래에서 몸의 구석구석 여기저기까지 씻겨 주다 보면

늙고 병들고 힘이 없을 때까지 서로를 지켜 주리라 생각했고...

이불 속에서 서로의 살갗 부딪힘이 좋았고 차가운 발등을

남편의 따뜻한 종아리 다리 사이로 감싸주던 것이 좋았고

남편의 팔베개에 침을 젤젤 흘리며 자는 것도 좋았고

어쩌다 몸부림이라도 칠라치면 내두다리에 걸쳐오는 남편의 허벅다리가

좋았고 아침마다 이불 속으로 남편의 팬티를 입혀 주던 것도 좋았고

휴일 낮에 침대에서 둘이 꼭 안고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았고

그런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봐 주는 것도 좋았다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면 어때....

그냥 그대로가 좋았다. 이젠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이 싫은가 보다 적당히 가려주길 원하고

적당히 예의 지켜주길 원하고 적당히 섹시해 보이길 원하고

가끔씩 신선한 충격을 베풀어 주길 원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갖추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한 마디 말이라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

모든 행동에 흉이 흠이 되지 않기 위해 ... 신발에 묻어 있는 먼지조차 창피할까

출근하기 전에 싹싹 닦아야 하고 혹여 잊어버린 날에는 신 발등을

종아리 바지에라도 문질러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을 집에서만이라도

벗어버리고 싶다 나는.. 난 평소에 잠옷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불 속에서 그냥 아 흠 ~ 신혼여행에서 입은 야시시한 잠옷은 아직도

장롱 속에 있고 가끔씩 아주 가끔씩 특별하리라는 날에만 꺼내 입는 정도다.

ㅎㅎ 요조숙녀처럼 적당히 내숭을 부리며 살 것이다.

때로는 정절을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수절 과부처럼 그렇게 예의 바름으로....

남편의 잔소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우리도 살 만큼은 살은 모양이다.

남편의 말이 이런 뜻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해주고 싶다.

그것만이 나의 어줍잖은 변명이리라......

ㅎㅎㅎㅎ 그리고 난 마음속으로 얘길 한다.

''자기야 우리도 요강단지 세대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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