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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들이 의기양양해 있습니다. 그동안 예수님과 함께하면서 수많은 기적들을 체험하고 예수님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는 예수님께서 머지않아 임금이 되시어 이스라엘을 다스릴 시대가 오리라는 기대마저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을 가는 길에 사마리아에서 길이 막힙니다.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걸어서 사흘 정도 걸리는데 사마리아 지방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마리아 지방은 과거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렸을 때 북왕국에 속하던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일찍이 아시리아 침공 이후 혼혈 지역이 되었고 혼합 종교를 신봉하던 터라 유다인들은 그들과 상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사마리아 지방 사람들은 주님을 섬기는 장소도 예루살렘이 아니라 그리짐 산이었기 때문에, 과월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으로 가는 예수님 일행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유다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차별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사마리아인들이 거부하자 제자들이 격분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 옛날 주님의 사람 엘리야가 하느님께서 내리신 말씀을 거부한 아하즈야 임금의 군대들을 하늘에서 불을 내려 삼켜 버렸던 것을 기억했을 것입니다(2열왕 1,10-12 참조).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 힘과 세력을 느낀 제자들은 이번 기회에 하늘에서 불을 내려 그들을 불살라 버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마리아인들이 예언자보다 더 위대하신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을 막으니, 그들을 혼내 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길이 아니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길은 정의를 내세워 폭력으로 누르고 뚫고 가는 길이 아닙니다. 사랑의 길이 아니면 돌아가는 것이 예수님의 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다리고 참으며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우리 안에 잠재된 분노와 폭력성이 정의라는 탈을 쓰고 종종 그 얼굴을 드러냅니다. 이런 예수님의 큰마음을 우리는 언제나 배울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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