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6월23일 목요일[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전야 저녁 미사]

2011. 6. 22. 오후 1:29:35

글자
복음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17

5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 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8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9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10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12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17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오늘의 묵상
부부가 아이 낳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을 때 그 고통은 참으로 큽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여성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아내가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 주지 못하는 경우에 남편에게 버림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여성의 이런 고통은 옛날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스라엘 여성들도 이에 못지않은 고통을 당하며 살았습니다.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혼인에 대하여 새롭게 해석하시면서 남편과 아내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절대 약자인 여성을 남성의 횡포에서 보호하시는 것입니다(마태 19,1-9 참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하느님 앞에 의로운 부부입니다. 즈카르야는 자신의 사제 직분을 이어 줄 아기를 갖지 못했지만, 아내와 함께 성전에서 삶의 의로움만을 좇아 살았습니다. 당시의 관습과 세상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 여인에게 충실하며 믿음을 놓치지 않고 하느님께만 희망을 두고 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한평생을 살아온 부부에게 아들을 잉태하게 합니다. 그것은 당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엘리사벳 한 개인만을 축복하시려고 늙은 나이에 이 부부에게 아들을 주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 부부를 통해 세상에 더 큰 축복을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부부의 의로운 삶을 통하여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은 구원을 얻었습니다(루카 1,79 참조).

이렇게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의로움을 좇아서 묵묵히 하느님께 의탁하고 성실히 살면, 하느님께서는 그 삶을 축복해 주시고 그를 통해 세상의 어둠과 그늘진 곳에 빛을 주시고 구원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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