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의 ‘사랑의 상처’를 보여 주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고 하십니다. 십자가 죽음의 상처를 보여 주시며, 사랑이 어떤 고통이나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곧 고통과 죽음을 넘어서는 주님의 사랑이 사람들 곁에 다가온 사건이 바로 부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주시면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흙의 먼지’로 빚으셔서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십니다(창세 2,7 참조).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창조의 모습으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십니다. 제자들에게 당신 ‘사랑의 숨결’을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의 먼지가 숨 쉬는 인간이 되었듯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불어넣어 주신 숨으로 흙의 먼지와 같은 존재가 주님 사랑을 새롭게 숨 쉬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비록 잘난 척하며 살고 있어도 그야말로 흩날리는 ‘흙의 먼지’입니다. 그저 주님의 사랑으로 숨 쉬며 살아가는 존재이지요. 주님께서 숨 한 번 거두어 가시면 먼지로 흩어지는 존재일 따름입니다. 우리가 주님 사랑을 호흡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살아 있어도 생명이 없는 존재와 마찬가지입니다.
모리스 존델은 성령께서는 ‘성삼위의 경배하올 신비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영원히 만나는 사랑의 불꽃’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랑의 불꽃은 우리가 숨 쉬는 사랑의 호흡으로 불꽃을 일으킵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 우리가 주님 사랑의 숨결을 느끼고 더욱 사랑의 불꽃을 일으키는 날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