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복음서의 다른 부분을 보면 예수님께서 당시의 율법을 어기신 것 같은 대목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안식일에,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먹는 것을 허용하시거나 예수님께서 병을 고치시는 것은 안식일 법을 어기는 것이었습니다(마태 12,1-14 참조). 또한 음식을 먹을 때에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기도 했는데, 이는 정결 법에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마태 15,1-2 참조).
그렇다면 도대체 율법과 예언서를 완성하셨다거나 작은 계명 하나라도 어기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당시 유다인들의 율법은 613개 항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 많은 법규들은 십계명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십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곧 613개의 조항은 ‘사랑’이라는 말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계명 하나라도 ‘사랑’을 담았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눈에 가장 가치 있는 것이고, 아무리 중요한 계명을 지킨다 하더라도 그 안에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전혀 가치가 없습니다. 아니, 사랑이라는 근본적인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율법주의’의 위험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율법을 완성하시려고 오셨다는 것은, ‘사랑’ 자체이신 그분께서 당신의 삶과 가르침을 통하여 모든 이가 아주 작은 계명 하나에도 참된 사랑을 담고 실천할 수 있도록 길을 여셨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니 복음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예수님께서 율법을 폐지하시는 것 같은 모습들은 율법 자체를 부정하신 것이 아닙니다. 율법의 본질인 사랑보다 세세한 규정을 더 강조하며 부당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