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지덕(木鷄之德) / 손희송주교

2016. 7. 22. 오후 5:18:52

글자

목계지덕(木鷄之德) / 손희송주교



장자,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어느 왕이 투계를 몹시 좋아하여 뛰어난 싸움닭을 들고
기성자(記性者)란 당시 최고의 투계 사육사를 찾아가
최고의 투계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열흘이 지난 뒤 왕이 기성자에게 물었다.
“닭이 충분히 싸울 만한가?” 기성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떨치지 않는 한 최고의 투계라 할 수 없습니다.”

열흘 뒤 왕이 또 물었을 때 기성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직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도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진중함이 있어야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열흘이 지난 뒤 왕이 다시 묻자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그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려야 합니다.”

또 열흘이 지난 뒤 왕이 묻자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木鷄)가 되었습니다. 닭의 덕이
완전해졌기에 이제 다른 닭들은 그 모습만 봐도 도망갈 것입니다.” 

한줌의 지식과 높지도 않은 지위를 이용해서 ‘갑질’을 하려는 이들,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절대시하여 조금이라도 거기에 토를 달면
독한 말과 거친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
그런 이들을 주위에서, 텔레비전과 신문 등에서도 종종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 안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부끄럽고 섬뜩합니다.
 
잘난 척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극에도 꿈쩍하지 않으며 독기를 품지
않은 채 평정심을 지닌다면 정말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그렇게 되기란 정말 어렵지만, 적어도 그런 모습을
목표로 정해놓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지요.
 
어떤 분은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우물이 깊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돌멩이 하나 던져 보면 안다.
마음이 깊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흥분하고 화를 낸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자들의 비난에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시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가다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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