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동생 월성에게!

2008. 11. 19. 오전 2:42:44

글자
마리아라는 세례명이 있지만 자주 불러보지 않았기에
냉담 중인 너와는
월성이라는 세속명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구나.
나는 그런대로 편히 살고 있지만 
너를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면서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단다.
 
한 십오륙년 전쯤이었을까?
바람피우며 속 태우는 네 남편 땜에
이혼하겠으니 데려가 달라구 해서
너와 네 두 아이들을 제천에서 서울로 데려왔지.
우리 집에서 얼마간  함께 살다가
재개발로 인해 모두 이사해야 했기에
허름한 집을 얻어 너희 식구를 따로 살림 냈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네 남편이 은그슬쩍 들어 앉아
다시 가정을 이루어 살기에 그런데로 다행이다 싶었는데...
 
네 남편이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너의 어려운 생활을 지켜보는 나는
짜증나고 속상하고 화가 치밀어
네 남편에 대한 욕을  네게 퍼 부우며 너까지 미워하게 되었지.
그래도 넌 화도 안내고 하는 말이
"내 마음을 달래주고 아플 때 위로 해 주는 사람은 애들 아빠 뿐이야." 라기에
도와주고  있는 나로선 기가막혀 야속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더 이상 네 생활에 상관 안 하기로 했다. 
 
서울 왔을 때가 네 아이들이 초딩 1~2학년 다닐 땐가???
어느새 커버려 군에 가는 청년이 되어 버렸구나.
너의 조그만 체구로 홀시어머니에
조무래기 시동생 시누이 합해 다섯명이던가?!!
없는 시집 살림에 일을 많이 해
손가락은 무좀으로 퉁퉁 붓고
발가락은 동상으로 벗겨져 퉁퉁 부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도록
넌 그들 뒷바라지하며 시집장가 보내는 훌륭한 일을 했건만...
네 남편은 허우대 멀쩡하여 바람피우고 허허 대면서
뜬 구름잡으며 세상 편히 지내고 있는데...
 
이제 네 나이 마흔 일곱.
너의 몸과 마음은 이미 예전부터 새카맣게 타들어 갔던 것이었을까?
결국 지금에 와서 너를 병원 신세지게 하는구나. 
 
당뇨로 인한 합병증!
너의 몸과 맘은 만신창이 되어 상처투성이고
뼈에는 가죽만 덮여있고
눈은 잘 보이지 않아 형체만 보이고
움직이면 어지러워 쓰러지고
이빨은 다 빠져서 열살이나 더 많은 나보다도 나이 들어 보이고
어지러워 걷지 못하는 네 몸뚱이는
낼모래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로 변해있으니...
 
맏이 언니로써 다섯째 막내인 너를 위로 해 주다가도
네 모습에 네 꼬라지를 보면
또다시 속상하고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서
너를 자꾸자꾸 미워하게 되니 어쩜 좋을까?
 
그래도 넌 나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데...
 
 
지금껏 나는 잘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화해 할 사람이 없어 편지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 병원에 있는 네 모습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거니.
 
언니답지 않게 너를 사랑하지 못하고
좁은 소견으로 살아온 것이 미안하구나.
아마도 편지를 통해서
나의 잘못을 회개 하라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나보다.
 
그래, 오늘 이 시간 내 마음을 성모님 앞에서 봉헌하면서
너의 대한 미운 마음 없애 달라고
너의 가난까지도 사랑으로 감쌀 수 있도록 기도하며 매달려 본다.
동생 월성아!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는 너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며 잘 하도록 할께.
이 못난 언니를 용서해 주렴.
 
너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기에...
너를 사랑하면서도 너의 찌든 생활을 미워했기에...
너를 사랑하지만 너희 빚을 지금까지 내게 감당하게 하는 네 남편이 미웠기에...
너를 사랑하면서도 네 마음을 아프게하여 상처를 주었기에...
 
내가 너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어
무던히 착한 동생에게 용서를 청해본다.
동생 월성 마리아야! 사랑한다.
네 마음 아프게 한 못난 언니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사랑이신 엄마의 사랑을 제 마음에 실어 동생에게 전해 주겠습니다.
오늘 화해의 편지 쓰는 이 시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랑이신 엄마의 손길이
동생 마리아의 몸과 마음을 어루 만져 주시어
휘청거리는 마리아를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는 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모든 기도가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께로 전구되기를 바랍니다.
 
 
2007년 11월10일 전국 임원진 피정에서 '화해의 편지 쓰는 시간'에...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댓글 4

  • 2008년 11월 19일 오전 9:14

    코 끝이 찡해오네요~ 눈엔 눈물 한 방울 맺혀지네요~ 제 마음이 정화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2008년 11월 19일 오후 10:00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마리아님의 아픔을.........성모님께 봉헌합니다..........

  • 2008년 11월 24일 오전 2:38

    아빠 엄마께감사! 보시는 분들께 사랑하는 제 착한 동생 마리아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2009년 3월 7일 오전 1:58

    마음속 흐르는 눈물을 성모님께 봉헌합니다. 마리아님의 아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