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그랬습니다
- 김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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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기 전
관절이 쑤시는 걸 빼면,
나는 비가 너무 좋습니다.
오늘 저 비도...
책 내음 가득한 도서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떠오르는 생각들과 함께
단풍잎 떨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것도...
그대들과 나,
수 천, 수 만번의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는
애닯고 쓰라린, 그러나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오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