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천상의 식탁을 차려내는 얘기 (인천 노숙인 식당 서영남씨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2010. 5. 4. 오후 3: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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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상의 식탁을 차려내는 얘기 "

인천 노숙인 식당 서영남씨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7년 동안 배고픈 이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있는 서영남 주방장의 눈은 늘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향한다. 한 할머니와 거리를 걷고 있는 서 주방장. 사진제공=휴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달동네에 가면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 
그 국수집 문을 열면, 앞치마를 두른 웃음 가득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주방장 서영남(베드로, 56)씨다.
 그는 지상에서 천국처럼 살고 있다. 하늘창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천상의 식탁을 차려낸다.
 그는 구름처럼 모여든 노숙인들에게 인정머리 없이 줄을 서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눈 앞에 두고 설교를 한다거나 긴 기도를 시키는 일은 더 더욱 없다.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 줄을 서면 꼴찌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제일 많이 굶은 사람이 먼저 먹는다. 노숙인이나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세상의 줄서기 경쟁에서 
밀려난 꼴찌들인데, 민들레 국수집에서마저 줄을 서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끔찍하다는 
주방장의 경영 철학에서다.
 그 주방장이 책을 냈다.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다. 
부제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대접하는 서영남 전직 수사 이야기'라고 달았다.
 그는 수사였다. 1976년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25년 동안 살다 수도복을 벗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속에 더 깊게 들어오기 위한 환속이었다. 
교정사목에 파견돼 출소자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던 그는 
출소자 공동체 '겨자씨의 집'에서 형제들과 살았다. 
그러다 배고픈 이들이 지하철역에서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목격하고 
국수집을 차린 것이다.
 정부 지원과 후원회 없이 7년을 살았다.
 한 주에 한번 점심을 거르고 모은 돈을 가져다 주는 집배원과 폐지를 모아 번 돈을 건네오는 할머니, 
영치금을 모았다가 보내오는 교도소 수용자들 덕이다.
 6인용 식탁 하나로 출발한 국수집은 이제 24명 손님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 500명 가까이 된다. 
하루 짓는 쌀만 150㎏인 셈. 지난 1일에는 개업 7주년을 기념해 손님들에게 갈비탕과 잡채를 대접했다.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으로 민들레 씨앗은 멀리 멀리 날아가고 있다. 
주방장은 노숙인 공동체 '민들레의 집'과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까지 문을 열었다. 
한 달에 두 번은 교도소에 들러 수용자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준다.
 그는 "나에게 필요 없는 것, 남는 것을 주는 것은 나눔이 아니라 생색내기"라며
 "희한하게 더 어려운 이웃에게 아낌없이 내놓으면 더 많은 것이 들어온다"고 
국수집의 영업 비결을 알려준다.
 박기호(예수살이공동체 대표) 신부는 "이 책을 손에 든 독자는 행운"이라며 "
오염으로 찌든 우리 시대에 향기롭고 빛나는 영혼의 사람을, 
손만 뻗으면 가까이 손잡을 수 있는 이웃으로 소개받는다는 것은 
멋진 행운이 아니겠냐"고 추천했다.(휴/1만2000원)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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