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부님-마음상태 고르기

2006. 6. 29. 오후 7: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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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떤 사람이 미사 참례를 망치는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주일 아침인데, 어제밤 부부 싸움하느라고 어수선하게 잠자리에 든 탓에, 늦게 일어나서 아침 대충 먹고 T.V 좀 보면서 빈둥거리다가 미사 시간이 다가오면, 미사에 갈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생깁니다.

지난 주일 미사에 빠졌기 때문에 하느님께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있지만, 웬일인지 기분이 내키지도 않고 게으름을 부리고도 싶어집니다.

'오늘은 친목계에서 온천 간다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큰 맘 먹고, 하느님께 선심 쓰는 셈치고 성당에 가기로 합니다.

이런 자신이 기특하게 생각되고, 주일미사에 나가기로 한 자신에게 하느님께서도 뭐라고 하지 않으시리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머리도 감고, 옷도 주섬주섬 입고 성당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다리도 아프고 체면상 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쨋든지 성당에 가면 됐잖아!'하는 생각에 총총 걸음으로 성당에 도착한 자신의 속 모습은 전혀 미사에 참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숨가쁘지 않더라도 마음은 벌써 헐떡거리고 있습니다.

성당에 와서도 어제 부부싸움에서 상처받은 일, 아까 집안 아이들이 미사 빠지고 놀러간다고 싸운 일이 머리를 맴돌아서 미사 내내 분심에 시달리다 그냥 집에 갈 시간이 되어 버립니다.

미사에 참례를 했지만, 오늘 독서나 복음이 무엇이었는지, 강론때 사제가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봉헌이나 영성체 때 자신이 어떤 묵상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당 밖에 나오면 그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시 생각하는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해방감마저 느낍니다.

"아, 이제 내가 할 일은 다했다..."

이런 사람의 문제는 몸은 성당에 와서 미사 참례를 했지만, 마음은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성당이라는 참 삶의 현장에 와서 미사를 통해 자신의 진짜 삶을 본격적으로 점검하고 신앙적으로 정돈해야 하는데, 머리 속이나 마음 속, 또는 내 감각 기관에 잔상으로 남아 있는 세속적인 것들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뒤숭숭한 상태로 그 시간을 보내 버린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는 정성만큼 미사 전에 마음을 미리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아침 일찍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유행가를 우연히 듣게 되면, 잠자리에 들어서도 그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내 안에서 떠도는 세속적인 이미지들을 미사 전에 제어하지 않으면, 미사 내내 분심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성당에 무조건 일찍 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미사에 늦게 와서 갑자기 기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것은 운전하기 전에 자동차를 워밍업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동을 걸자마자, 가속 페달을 꽉 밟고 달리면, 차에 많은 무리가 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성당에 오자 마자, 곧바로 미사에 온전히 참례할 수도 없고, 하느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싶어도 여러 어려움과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미리 와서 그 날 전례에 관계된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그래서 본당마다 미사 전에 여러 가지 기도를 바치고, 주송자가 미사 전에 그 날 전례에 대해 안내도 하는 것입니다.

전례 흐름 상 입당 성가나 입당송은 사제가 제대 위에 오르기까지 부르는 성가입니다.

입당 성가를 본당 신부님의 성향에 따라 끝 절까지 부르는 것도 충분히 워밍업을 하기 위한 것이지, 성가 연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사제가 제단에 오를 때까지 우리가 하게 되는 전례 준비는 세속적인 우리 마음 상태를 영적으로 전향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본당에서 성가 선곡을 할 때, 이미 그 날 독서와 복음에 적합한 것을 선정하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미사 전에 봉헌 준비를 하는 것도 분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보통 신자들은 '보편 지향 기도'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봉헌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에야, 헌금을 꺼내려고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적입니다.

지갑을 꺼내고 하는 사이에 봉헌 성가 1절은 불러 보지도 못하고 끝나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미사 전에 헌금할 돈을 미리 성가책이나 미사책 적당한 곳에 꽂아 두면 분심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바닥 청결 상태도 미사 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가끔 '까마귀 삼촌' 같은 손으로 영성체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다 큰 어른이 전화번호 같은 메모를 지우지 않고 예수님을 모시겠다고 떳떳하게 손을 내미는 일은 하느님께 결례를 범하는 것입니다.

나는 미사 참례를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는지 우리의 모습을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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