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인

2004. 8. 12. 오후 3:04:59

글자

 옛날 이규태 칼럼 코너를 읽다가 본 내용입니다. 83년도에 써진 글이네요.

 

심심풀이로 읽어보세요.

 

 

090.  가톨릭 성인(聖人)

  세계 천주교사(天主敎史)에서 한국의 천주교는 세 개의 기적(奇蹟)을 탄생시켜 경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 하나는 이승훈(李承薰)이라는 청년이 국경을 넘어 북경 천주당(北京天主堂)을 찾아가 세례(洗禮)를 자원함으로써 복음(福音)전도자가 입국하기도 전에 천주교를 자생(自生)시켰다는 기적이다. 씨앗을 뿌리기도 전에 싹이 텄으니 한국 천주교는 처녀회태(處女懷胎)를한 셈이다. 당시 이 전도사상(傳道史上)의 이례(異例)를 보고받은 로마 법황(法皇) 비오 6세는 말문이 막히도록 경탄(驚歎)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한다. 두번째 기적으로 이렇게 자생해서 최초의 사제(司祭)가 입국하기 전까지 겨우 5년 동안에 무려 4천 명의 신도가 생겨났다는 점이다.

  세번째 기적은 최초의 사제가 입국하기 4년 전에 이미 순교자(殉敎者)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 모두가 세계 카톨릭 전도사상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들이었던 것이다. 이 기적으로 시작된 한국 교회는 약 30명의 순교자를 낸 1801년의 박해, 79명의 순교자를 낸 1839년의 박해, 총 4백7명이 검거됐던 1866년의 박해를 거치면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순교자를 낸 유수한 나라가 된 것이다.

  1866년 박해 때 순교한 프랑스의 베르뇌 주교는 `조선 민중의 성격은 단순 명료하여 성교(聖敎)의 진리를 가르치면 쉽게 감동하여 입신(入信)을 하고, 부나비처럼 어떤 희생도 불사하는 주님의 가장 가까이 있는 양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복자(福者:Beatus)와 성인(聖人:Sanctus)의 품위를 두어 순교자를 숭상하는데 한국의 순교자로 열복(列福)된 복자는 1백3명, 열성(列聖)된 성인은 한 분도 없다. 복자는 특정 지역에 있어 특정 사항에 한해서 신자의 경모(敬慕)를 받는 데 비해, 성인은 교황이 전세계의 교회에 경모할 의무를 장엄하게 선언하고 그분의 축일(祝日)이 정해지며 그분의 이름으로 영세명을 지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복자로서 열성되려면 열복한 후 두 번 이상의 기적이 확인된 연후 심사를 거쳐야만 되게끔 돼 있다. 한국주교단(主敎團)은 1백3명의 한국 복자들의 열성을 교황청에 청원해왔는데, 가장 난관이었던 성령(聖靈)에 의한 기적 심사를 이번에 면제받음으로써 내년 한국 천주교 전래 2백주년을 맞아 모두 성인 품위에 오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미 세계 천주교사상에 3대 기적을 있게 한 한국 교계에 당연한 보상이 아닐 수 없다.

8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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