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주교요지 (소개)

2004. 9. 6. 오후 11:32:19

글자

<퍼온 글 - 한국문화예술진흥원발행, 2002년1월 문화인물 "정약종",  정두회교수/한건신부 씀>

정약종(아우구스티노): 1760~1801, 조선후기학자/신유박해(1801)순교자/한국 최초 천주교 신학자/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교리서 주교요지(主敎要旨)의 저자

 

주교요지 - 천주 삼위일체에 대하여

 

 ~ 안정복은 천주삼위일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천주교를 황당무계한 미신적 신앙으로 간주하였지만, 정약종은 천주교리의 핵심을 이루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한 설명을 가하였다.

 

'천주 삼위일체'의 도리는 사람의 슬기가 약하므로 완전히는 통달하지 못하나, 비유로써 조금은 증명할 수가 있다.  무릇 사람이 밝은 거울에 비취면 거울 속에 그 얼굴이 나타나고, 또 사람이 마음에 한 가지 것을 사랑하면 마음속에 그 사랑하는 정이 생긴다.  그와 같이 천주도 이러하시어, 무시로 그 무한히 아름다운 본체, 무한히 밝은 마음 가운데 비치어, 무한히 아름다운 얼굴을 나타내시니, 그 얼굴이 곧 당신의 얼굴이시라.  또 무한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한히 아름다우신 정을 발하시니, 그 발하신  사랑이 또한 당신의 사랑이시니라.

  그러나 사람이 거울에 비취어 나타나는 얼굴은 오직 거울을 의지한 그림일 뿐이요, 사람의 사랑하는 정은 마음에 의지한 빈 정일 뿐이다.  그 그림자와 빈 정은 다 잠깐 있는 것이요, 헛것이지만, 천주는 본디 무궁히 능하신 성(性)이시오, 그 밝으신 얼굴과 그 사랑하시는 마음이 그 체(體)이시라.  그 밝으신 얼굴과 그 사랑하시는 정에, 또한 그 체와 함께 사시며 진실하시어, 그 본체가 하나이시고, 그 얼굴이 하나이시고, 그 사랑하시는 정이 하나이시므로, 삼위(三位)라 하는데, 삼위란 말은 천주의 체가 셋이 아니라, 위는 비록 셋이지만, 그 체는 오직 하나이시라.

  그 비치시는 얼굴이 곧 체이시고, 그 사랑하시는 정이 곧 그 체이시니, 삼위가 한 가지로 한 체이시고, 한 성이시기 때문에 삼위가 다 높고 낮음과 크고 작음과 먼저와 나중의 분별이 없느니라.  또 삼위가 먼저와 나중의 분별이 없으나, 차례의 선후를 말한다면, 그 본체는 아비라 이르고, 그낳으신 얼굴은 아들이라 이르며, 그 아비와 아들이 서로 사랑하여 발하신 정은 성신(聖神)이라 이르니라.  사람은 아비의 마음이 아들의 마음에 통하지 못하고, 아들의 마음이 아비의 마음에 통하지 못하는 것은 그 마음이 각각이고 형체에 걸리는 까닭이거니와 천주의 사랑하시는 마음은 그렇지 아니하시어, 아비와 아들이 한 체이시고, 또 그 체가 형태가 없으므로 아비의 사랑과 아들의 사랑이 서로 형체에 걸리는 것이 없이 통하시어, 성신을 발하시니, 성신이란 말은 지극히 착하시고, 형태가 없으신 사랑을 이룸이니라.[14과 천주는 세 위(位)이시고 한 체(體)이시니라]

 

  특히 이 설명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정약종이 삼위의 관계를 성부와 성자의 사랑이 완전하게 통하여 성령을 발한 것으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삼위일체설은 오늘날에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교리인데, 정약종은 이것을 나름대로 깊이 이해하고 이처럼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그가 말한 사랑이 더 이상 효라든가 인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사람의 정이나 사람사이의 사랑은 모두 일시적인 것이지만, 천주는 완전한 존재이시고 전능하심으로 그 사랑이 무궁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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