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2001. 7. 7. 오후 12:16:51

글자

  (이철환 산문집 "반딧불이" 중에서)

 

인희네 반에서 한 아이가 10만원을 분실하는 일이 있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가 두 번씩이나 문제를 일으킨 인희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돈을 잃어버린 정희가 인희 옆으로 다가갔다.

"문제 더 커지기 전에 순순히 내놓는 게 좋을 거야."

"그러지 마. 정말 내가 훔친 거 아니라니까."

"지금보다 더 왕따 만들기 전에 빨리 돈 내놔." 그 때 재혁이 다가왔다.

"너희들 왜 그러는 거야. 인희가 돈 훔치는 거 봤어?"

"본 애도 있단 말야. 그런 짓 할 사람 얘 말고 누가 있어?"

정희가 목울대를 세우고 말할 때 한 아이가 재혁을 밀치며 다가왔다.

"재혁이 너, 전교 회장이라고 목소리 높이지 마. 지난번에도 인희 편들어주다가 망신당했잖아. 네 아버지가 우리 학교 선생님이라고 너까지 선생처럼 행동하지 마." 아이들은 한 편이 되어 재혁을 공격했다.

"아무튼 이 번엔 인희가 그런 거 아냐. 절대로 아니라구......"

그때,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와 교탁 앞에 섰다.

"벌써 세 번째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니?"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은 화난 얼굴로 인희를 바라봤다.

"인희, 네가 의심받지 않으려면 정직하게 대답해야한다. 체육 시간 끝나고 네가 제일 먼저 교실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사실이냐?"

"네. 주번이라서 열쇠를 제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교실에 왔을 땐 교실 문이 열려 있었어요. 정말이에요."

"선생님도 너를 믿는다. 하지만 다른 반 아이가 봤다고 하는데, 내 입장도 난처하구나."

아이들은 인희를 몰아세웠다. 그 때 재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인희가 그런 거 아닙니다. 정말 인희가 그런 거 아닙니다."

"다른 아이가 가져가는 거 재혁이 네가 봤어. 봤냐구?"

돈을 잃어버린 정희는 재혁을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다.

"봤어. 내가 분명히 봤어. 인희는 아냐."

"재혁이, 네가 분명히 봤니?" 선생님은 재혁에게 물었다.

"네...... 옆 반 아이들이......"

재혁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재혁이, 너는 왜 이제서야 그 걸 말하니."

"사실은......."

불안한 얼굴로 허둥대는 재혁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사실은 체육시간이 끝나자마자 저는 옆 건물 3층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과학실험실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고 저희 반 교실을 보고 있었습니다." 교실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거기엔 왜 갔는데?"

"저어...... " 재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를 앙그려 물고 말했다.

"사실은......먼저 들어간 여학생들이 옷 갈아입는 걸......."

재혁의 말에 교실은 다시 술렁였다. 전교 회장에다가 공부도 잘하고, 아버지까지 자신의 학교 선생님인 재혁이가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거 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날 처음 간 거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호기심에 끌려서 그만......"

재혁은 잠시 울먹거리다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받겠습니다. 하지만 인희가 더 이상 따돌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울고 있는 재혁을 안아주었다.

"재혁아, 울지 마. 너의 용기로 인희가 억울한 누명을 벗었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거야. 인희를 몰아세운 우리들 모두가 잘못한 거잖아. (이철환 산문집 "반딧불이" 중에서)

재혁은 눈물을 흘렸다. 재혁을 바라보던 인희의 조그만 얼굴위로도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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