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수난 준비
47. 예루살렘 입성 전 토요일
ⅲ. 베다니아의 만찬
만찬은 예수께서 여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하얀 큰 방에 차려졌다. 그것은 온통 희고 은빛깔로 찬란한 것인데, 거기에 사과나무나 배나무 또는 다른 과일나무 가지 다발들이 덜 희고 덜 차가운 색조를 가미한다. 그 나뭇가지 다발들은 눈같이 희기는 하지만, 멀리서 밝아오는 새벽빛의 애무가 스치는 눈을 연상시키는 분홍빛을 약간 띠고 있다. 그 나뭇가지 다발들은 식탁들과 방의 벽에 기대서 놓은 작은 궤들과 찬장들 위에 놓인 불룩한 꽃병이나 훌쪽한 은항아리에 꽂혀 우뚝 서 있다. 꽃들은 깨끗한 봄의 과일나무 꽃의 독특한 냄새인 산뜻하고도 약간 맵싸한 냄새를 방 안에 풍긴다….
라자로가 예수 곁에 서서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로는 사도들이 둘씩 둘씩 또는 더 많이 떼를 지어 들어온다. 맨 마지막으로 라자로의 두 누이동생이 막시민과 같이 들어온다.
여자 제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성모님조차도 보이지 않으신다. 아마 여자 제자들은 슬퍼하시는 어머님 곁에 집에 그대로 있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 모양이다.
황혼이 가까워온다. 그려나 햇살이 좀 남아 있어, 방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몇 그루의 종려나무의 살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참새들이 자기 전에 서로 다투는 엄청나게 큰 월계수꼭대기를 비춘다. 종려나무와 월계수 저쪽, 장미와 재스민으로 된 울타리와 은방울꽃과 다른 꽃들이 심겨 있는 화단들과 향기로운 화초들 저 너머로는 한 무더기의 철늦은 사과나무 또는 배나무의 첫 번째 꽃들의 연한 초록색의 점이 박힌 흰 반점이 있다. 그것은 가지에 매달린 채로 남아 있는 구름 같다. 예수께서는 가지를 꽃은 항아리 곁으로 지나가시면서 지적하신다.
“이것들은 벌써 작은 첫번째 열매들이 달렸소. 보시오! 꼭대기에는 꽃들이 있는데, 다 아래쪽에는 꽃이 벌써 떨어지고 자방(子房)이 부풀고 있소.”
“마리아가 이것들을 꺾어 오기를 원했습니다. 마리아는 선생님의 어머니께도 몇 다발 갖다 드렸습니다. 마리아는 또 하루해가 이 가냘픈 꽃부리를 상하게 할까봐 염려해서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 대량 파괴소식을 들은 지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부 하인들처럼 그것에 분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물의 모든 아름다움을 만물의 왕이신 선생님께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당신 자리에 앉으셔서 마리아를 바라보신다. 마리아는 언니와 함께 하녀인 것처럼 식사 시중을 하려고,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위한 잔과 수건들을 가져오고, 그 다음에는 포도주를 잔에 따르고, 하인들이 부엌에서 가져오는 대로 요리 접시를 식탁에 놓거나 찬장 위에서 잘라 내놓거나 한다. 두 자매가 모든 회식자의 시중을 예의 바르게 들지만, 자연히 그들의 열의는 예수와 라자로라는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회식자에게로 특별히 간다.
한 순간에, 맛있게 먹고 있던 베드로가 지적한다.
“이거 보라구! 이제서 알아차렸는데! 모든 요리가 갈릴래아에서 나오는 것과 같아. 내 생각에는… 그렇고 말고! 꼭 혼인 잔치에 온 것 같아. 그렇지만 여기서는 가나에서처럼 포도주가 떨어지지는 않는구먼.”
마리아는 미소 지으면서 매우 맑은 호박색 포도주를 사도의 잔에 다시 붓는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라자로가 설명한다.
“사실 선생님께서 당신의 갈릴래아에 계신 것 같은 인상을 가지실 그런 식사를 대접하려는 것이 누이동생들, 특히 마리아의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하는 것보다 불완전하기는 해도 분명히 더 나은 것, 훨씬 더 나은 것이었겠지요만….”
“그러나 선생님께 그것을 생각나게 하려면, 어머니께서 이 식탁에 계셨어야 할 것입니다. 가나에는 어머님이 계셨거든요. 어머님을 통해서 기적이 일어났었지요.” 하고 알패오의 야고보가 지적한다.
“그 포도주는 명주(銘酒)였겠군요!”
“포도주는 즐거움의 상징인데, 번식력이 강한 포도나무에서 얻은 즙이니까 생식력의 상징이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포도주는 많이 수태시킨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산나는 아이가 없으니까요.” 하고 가리옷 사람이 말한다.
“오! 그것은 포도주였어! 그 포도주는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했어” 하고 요한이 하느님께서 행하신 기적으로 마음속으로 볼 때에는 항상 그러는 것처럼 약간 공상에 잠기면서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끝맺는다.
“그것은 동정녀에 의해서 행해졌어…. 그래서 순결의 영향이 그 포도주를 맛 본 사람에게서 내려왔어.”
“아니, 그럼 자넨 수산나가 동정녀라고 생각하나?”하고 가리옷 사람이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네, 동정녀는 주님의 어머니시지. 어머니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서는 순결이 생겨나네. 나는 어머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얼마나 순결하게 만드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네….” 그리고 어떤 환상을 보고 웃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공상에 잠긴다.
“저 총각은 정말 매우 행복해! 나는 저 사람이 지금은 세상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하네, 저 사람을 살펴보게” 하고 베드로가 요한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예수께서도 요한을 보시려고 약간 몸을 구부리신다. 요한은 u자 모양으로 배치된 식탁의 측면 모퉁이에 있으며, 따라서 중앙 식탁 한가운데에 계신 주님의 약간 뒤쪽에 있다. 예수의 왼편에는 사촌 야고보가 있고, 오른편에는 라자로가 있으며, 라자로 다음에는 열성당원과 막시민이 있고, 야고보와 다른 야고보 다음에는 베드로가 있다. 반대로 요한은 안드레아와 바르톨로메오 사이에 있고, 그 다음에는 토마가 있는데, 토마의 맞은편에는 유다가 필립보와 마태오와 같이 있고, 타대오는 가운데 긴 식탁이 시작되는 바로 모퉁이에 있다.
라자로의 마리아가 방에서 나가는데, 마르타는 새 무화과꽃과 회향(茴香)풀의 푸른 줄기와 갓 딴 편도와 딸기인지 나무딸기인지 모를 것이 가득 담긴 쟁반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딸기는 연초록색 회향풀과 꽃들과 또 그 곁에 있는 편도와 작은 멜론들과 남부 이탈리아의 퍼런 멜론을 연상시키는… 같은 종류의 다른 과일들과 황금빛 오렌지 가운데에 있으니까 한층 더 빨갛게 보인다.
“벌써 이런 과일들이? 아무 데서도 익은 것을 보지 못했는데” 하고 베드로가 눈을 크게 뜨고 딸기와 멜론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일부는 이런 것이 나는 내 채소밭이 있는 가자 저쪽 해안지방에서 왔고, 일부는 집 위에 있는 온실에서 온 것인데, 온실은 서리를 막아주어야 하는 더 약한 작은 초목의 묘판이지요. 어떤 로마인 친구가 그 경작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내게 좋은 것 가르쳐준 것은 그것뿐이지요….” 라자로는 얼굴이 흐려지고, 마르타는 한숨을 쉰다…. 그러나 라자로는 이내 손님들을 슬프게 하지 않는 완전한집 주인이 다시 된다. 바이에(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와 시라쿠사(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 그리고 시바리스만(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명.)둘레에 있는 별장들에서는 이 방법으로 이 맛있는 것들을 일찍 얻으려고 이것들을 가꾸는 데 매우 익숙합니다. 드세요, 리비아의 끝물 오렌지, 온실에서 자란 에집트의 맏물 멜론, 게다가 라틴 사람들의 열매, 우리 조국의 흰 편도, 연한 잠두(蠶豆), 아니스의 맛이 나는 소화를 촉진하는 줄기들이 있습니다…. 마르타야, 너 어린 아이 생각을 했니?”
“다 생각했어요. 어머님은 에집트 생각을 하시면서 감회에 잠기셨어요….”
“우리 초라한 정원에 그런 식물이 조금 있었소. 삼복더위 때에는 깊고 시원한 이웃집 우물에 멜론들을 담갔다가 저녁때에 먹는 것이 즐거움이었소…. 나도 기억하오…. 그리고 나는 욕심 많은 염소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놈이 새로 돋아나는 싹과 연한 과일을 잘 먹기 때문에 지켜야 했소….” 고개를 갸웃이 기울이고 말씀하시던 예수께서 머리를 드시고 내려오는 저녁 바람에 살랑거리는 종려나무들을 바라보신다.
“나는 종려나무들을 볼 때면… 종려나무들을 볼 때면 언제나 에집트와 바람이 아주 쉽게 먼지를 일으키던 누렇고 모래가 많은 땅, 그리고 멀리에는 희박해진 공기 속에서 피라미드들이 떨고 있던 것이 눈에 선하오…. 그리고 우리 집… 그러나 그 이야기는 해야 소용없소. 그 때 그 때 근심거리가 있는 법이오…. 라자로, 이 과일 몇개를 내게 주겠소? 마리아와 마티아에게 갖다 주고 싶소. 요안나가 이런 과일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소.”
“요안나는 이런 과일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요안나는 어제 이 과일들에 대한 말을 하면서 베델에 온실들을 짓게 해서 이 과일나무들을 심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일들을 지금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익은 과일들을 모두 땄기 때문에 며칠 동안 익은 과일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과일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보다도 목요일까지 과일을 가져갈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 아이들을 위해서 이 과일을 담은 얌전한 바구니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지, 마르타야?”
“예, 오빠. 그리고 요안나가 몹시 좋아하는 골짜기의 백합꽃들을 거기에 곁들입시다.”
막달라의 마리아가 다시 들어온다. 마리아는 목이 매우 가늘고 새부리같이 우아한 부리가 달린 항아리를 들었다. 설화석고(雪花石膏)는 금발 여자들의 어떤 살색처럼 분홍빛을 떤 정교한 노란색이다. 사도들은 마리아가 아마 흔치 않은 맛있는 것을 가져오나보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바라본다. 그러나 마리아는 가운데로, 즉 언니가 있는 u자 모양으로 된 식탁 안쪽으로 가지 않고, 침대 모양의 의자들 뒤로 지나서 예수의 의자와 라자로의 의자, 그리고 두 야고보가 있는 의자사이에 가서 자리 잡는다.
마리아는 설화석고 항아리를 열고, 열린 항아리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끈적거리는 액체 몇 방울을 받으려고 부리 밑에 손을 가져다댄다. 월하향(月下香)과 다른 향유의 진한 냄새, 강력하고 기분좋은 향기가 방 안에 퍼진다. 그러나 마리아는 조금밖에 나오지 않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몸을 구부리고 예수의 침대식 의자 모서리에 대고 항아리의 목을 착실한 손짓으로 깨뜨린다. 가는 목이 방바닥에 떨어지면서 향기로운 방울들을 대리석 바닥에 퍼뜨린다. 이제는 항아리에 넓은 구멍이 생겼고 많은 향유가 콸콸 넘쳐 나온다.
마리아는 예수 뒤로 가서 진한 기름을 그의 예수의 머리에 붓고, 그것으로 굽슬굽슬한 머리카락을 모두 바르고, 그것들을 길게 늘여, 자기 머리에서 빼낸 빗으로 흠숭하는 머리에 잘 정리한다. 붉은 기운을 떤 예수의 금발 머리는 이렇게 기름을 바른 뒤에 매우 반짝이며 진한 금과 같이 빛난다. 하인들이 켜놓은 큰 촛대의 빛이 마치 아름다운 청동 투구에 반사하듯이 그리스도의 금발 머리에 반사한다. 향기는 황홀하다. 이렇게 한없이 퍼진 향기는 어떻게나 잘 스며드는지, 재채기를 나게 하는 가루처럼 자극적인 나머지 콧구멍 속으로 스며들고 머리에 올라간다.
라자로는 머리를 뒤로 돌린다. 그는 마리아가 얼마나 정성 들여 예수의 굴슬거리는 머리카락에 향유를 바르고 빗겨, 향기로운 맛사지를 한 후에 그 머리가 잘 정돈된 것으로 보이게 하는지를 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마리아는 그의 땋은 머리채가 핀들과 어울려서 고정시키던 넓은 빗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점점 더 목으로 흘러내리고 완전히 어깨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마르타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다른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 말을 하며 얼굴에는 여러 가지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직 만족하지 않다. 깨진 항아리에는 아직 향유가 많이 남아 있고 예수의 머리카락이 아무리 숱이 많다 해도 향유를 가득 머금었다. 그러니까 마리아는 오래 전 저녁의 사랑의 행동을 되풀이 한다. 침대식 의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의 샌들 끈을 풀고 발을 벗긴다. 그리고 그의 매우 아름다운 손의 긴 손가락을 항아리 속으로 집어넣어, 끌어낼 수 있는 향유를 전부 끌어내어 벗은 발 발가락 하나하나에 바르고 그 다음에는 발바닥과 발뒤꿈치, 그리고 아마포 옷을 뒤로 젖혀 드러나게 한 발목 위에까지 바른다. 그리고 마침내 발등에서는 무서운 못들이 들어갈 중족(中足)에서 오래지체하며 오목한 항아리 안에 향유가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한다. 그러자 항아리를 방바닥에 부딪쳐 깨뜨린다. 그리고 손이 자유롭게 되자 굵은 핀들을 뽑아 그의 숱한 땋은 머리를 풀고, 그 살아있고 부드럽고 매끈매끈한 황금빛 머리채로 향유가 뚝뚝 떨어지는 예수의 발에서 향유의 나머지를 훔쳐낸다.
유다는 그 때까지 매우 아름다운 여인과 그 여인이 머리와 발에 기름을 바르는 선생님을 음탕과 시기의 불순한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그 때까지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가 목소리를 높인다. 공공연한 비난의 유일한 목소리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는 아니고 몇몇 사람이 약간 불평을 하거나 놀란 몸짓을 하였다, 그래도 조용한 몸짓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발에 향유를 바르는 것을 더 잘 보기 위하여 일어나기까지 한 유다는 심통 사납게 말한다.
“얼마나 무익하고 이교적인 낭비야! 왜 그렇게 하는 거요. 그러고서도 최고회의 지도자들이 죄 이야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단 말이야! 그것은 음탕한 창녀의 행위이고, 여보시오, 당신의 새 생활하고는 어울리지 않소. 그 행위는 너무나 당신의 과거를 환기하오!”
모욕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모두가 깜짝 놀랐다. 모욕이 얼마나 심한지 모두가 흥분하여, 어떤 사람들은 침대형 의자에 일어나 앉고, 어떤 사람들은 일어선다. 모두가 유다를 마치 갑자기 미친 것처럼 바라본다.
마르타는 얼굴이 빨개졌다. 라자로는 갑자기 일어나 식탁을 탕 치고 말한다.
“내 집에서….” 그러나 곧이어 예수를 쳐다보고 말을 중단한다.
“그래, 자네들 나를 바라보지? 자네들은 모두 마음속으로 불평을 했네. 그러나 내가 자네들의 생각을 대변했고 자네들이 생각하던 것을 공공연하게 말한 지금 자네들은 나를 비난하려고 하네. 나는 내가 말한 것을 되풀이 하겠네. 물론 나는 마리아가 선생님의 애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세. 그러나 어떤 행위는 선생님께도 마리아에게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일세, 이것은 무모한 행동이고, 옳지 않은 행동이기도 하네. 그렇네. 왜 이렇게 낭비를 하는 건가? 만일 마리아가 그의 과거의 기억을 소멸시키고 싶었으면 그 항아리와 그 향유를 내게 주어도 되는 건데 그랬단 말일세. 값이 매우 비싼 순수한 감송향(甘松香)이 적어도 한 파운드는 있었네! 나는 그걸 300 데나리우스를 받고 팔 수 있었을 걸세. 그만한 가치의 감송향은 그 값까지 갈수 있으니까. 또 아름답고 값진 그릇도 팔 수 있었을 거야. 나는 그 돈을 우리에게 몰려드는 거지들에게 주었을 걸세. 돈은 넉넉히 있다는 법이 절대로 없고, 또 내일 예루살렘에는 우리에게 동냥을 달라고 할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거야.”
“그건 사실이야!”하고 다른 사도들이 시인한다.
“자넨 그 돈을 선생님을 위해서 조금 쓸 수 있었을 거야. 그리고 나머지는….”
막달라의 마리아는 듣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풀어진 그의 머리카락으로 계속하여 그리스도의 발을 훔친다. 이제는 그 머리카락들도 특히 아래쪽에, 향유로 무거워지고, 머리 꼭대기에보다 더 짙은 빛깔이 되었다. 오래 묵은 상아 빛깔인 예수의 발은 마치 새 피부를 한 벌 입힌 것과 같이 반들반들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리스도께 다시 샌들을 신겨 드리는데, 예수께 대한 그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발에 신발을 신겨 드리기 전과 신겨 드린 후에 이 발 저 발에 입맞춤을 한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입맞춤을 하느라고 숙인 마리아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면서 그를 변호하여 말씀하신다.
“마리아가 하는 대로 놔두어라. 왜 마리아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느냐? 너희들은 마리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마리아는 내게 대해서 옳고 착한 일을 하였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들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곧 갈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너희들과 같이 있겠지만, 나는 머지않아 너희들과 같이 있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너희들이 언제나 동냥을 줄 수 있겠지마는, 이제 얼마 안 있어, 사람들 가운데 있는 사람의 아들인 나에게는, 사람들의 뜻에 의해서 그리고 때가 왔기 때문에, 아무 영광도 드릴 수 없게 될 것이다.
마리아의 생각에 사랑은 빛이다. 마리아는 내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느끼고 내 몸에 장사 지낼 때 하는 향유 바르기를 미리 하고자 한 것이다. 나 분명히 너희들에게 말하지만,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곳에서는 마리아의 예언적인 사랑의 행위도 기억할 것이다. 온 세상에서, 언제까지나, 어느 사람이나 모두 다른 마리아가 되어서, 마리아와 같이 값을 따지지 않고, 애착을 키우지 않고, 과거의 가장 작은 추억까지도 간직하지 않고, 육체와 세상의 것 무엇이든지 소멸시키고 짓밟으며, 마리아가 감송향과 설화석고 항아리를 그렇게 한 것처럼 자기를 부수고, 주님 위에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부어졌으면 좋겠다.
마리아야, 울지 말아라. 내가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과 네 언니 마르타에게 한 말을 이 시간에 다시 한다. ‘네가 전적으로 사랑할 줄 알기 때문에 너는 모든 것에 대한 용서를 받았다.’ 너는 가장 좋은 몫을 골라잡았으며, 너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다시 찾은 내 다정스러운 양아, 안심하고 있어라. 안심하고 있어라. 사랑의 풀밭이 영원히 네 먹이가 될 것이다. 일어 나거라, 네 죄를 사해 주고 네게 강복한 내 손에도 입맞춤 하여라…. 내 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죄를 사해 주고, 강복하고, 은혜를 많이 베풀었느냐! 그런데도 나 너희들에게 분명히 말 한다마는, 내가 은혜를 많이 베푼 백성이 이 손에 대한 고문을 준비하고 있다….”
스며드는 향기로 인하여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풀어진 머리가 어깨로 내려와 겉옷 노릇을 하고, 얼굴로 내려와 베일 노릇을 하는 마리아는 예수께서 내미시는 오른손에 입맞춤하며, 거기에서 입술을 뗄 줄을 모른다….
마르타는 감동하여 마리아에게로 다가가서 그의 머리카락을 모아 땋아 주고, 그 다음에는 그를 어루만지며, 눈물이 뺨으로 흘러 내리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가 닦아주려고 애쓴다…. 아무도 이제는 음식을 먹을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그들을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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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47. 예루살렘 입성 전 토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