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겸손한 마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

2026. 6. 14. 오전 8: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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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의 ‘주님의 기도’에서(Nn. 4-6: SCEL 3,268-270)

기도는 겸손한 마음에서 나와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와 청원을 고요와 겸손 가운데 바쳐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면전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느님께 기쁨이 되는 몸 자세와 목소리를 갖추어야 합니다. 뻔뻔한 사람이 항상 큰소리로 지껄인다면 겸손한 사람은 조용히 기도합니다. 더욱이 주님은 복음서에서 은밀하고 떨어진 곳에서, 심지어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신앙에 더 알맞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고, 당신의 무한한 엄위로써 은밀하고 숨겨진 곳까지 이르시어 모든 사람의 말을 들으시고 그들을 보십니다. 성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가까이 있는 하느님이고 멀리 떨어져 있는 하느님이 아니다. 사람이 제아무리 숨어도 내 눈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하늘과 땅 어디를 가나 내가 없는 곳은 없다.” “하느님의 눈길은 안 미치는 데 없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한결같이 살피신다.”

우리가 형제들과 함께 모여 하느님의 사제들과 거룩한 제사를 바칠 때 무질서하고 소란한 가운데 바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그때 겸양하게 하느님께 드려야 하는 청원은 수다스럽게 지껄이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목소리보다 마음의 소리를 들으십니다. 우리가 고함쳐서 하느님의 주의를 끌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생각을 꿰뚫어 보십니다. 주님께서 이 사실을 증명 하십니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악한 생각을 품고 있느냐?” 성서의 다른 곳에서 또 말씀하십니다. “모든 교회는 내가 사람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무엘 상권에 나오는 교회의 원형인 한나는 이런 점에서 성실하고 순종하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하느님께 큰소리로 청원하지 않았고 마음으로부터 조용히 또 겸손히 기도했습니다. 그의 기도의 말은 은밀했지만 신앙은 밖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즉 목소리로 기도하지 않고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께서 그런 기도를 들어주시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나는 신뢰하는 마음으로 기도하여 청원한 것을 얻었습니다. 성서는 말해 줍니다. “한나는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으므로 입술만 움직일 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주님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시편에도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치를 떨며 다시 죄를 짓지 말라. 고요히 자리에서 맘속으로 생각하라.” 성령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하여 같은 것을 가르치십니다. “주여, 우리가 당신을 마음속으로 경배해야 하리이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기도하는 사람은 세리와 바리사이파 사람이 성전에서 어떻게 기도했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리는 뻔뻔스레 하늘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오만하게 팔을 쳐들지도 않았습니다. 가슴을 치고 마음속에 숨겨진 죄를 뉘우치면서 하느님의 자비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스스로 만족하였지만 의화된 사람은 오히려 하느님께 합당히 청한 세리였습니다. 무죄한 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는 구원의 희망을 자기가 무죄하다는 확신에다 두지 않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겸손히 기도했습니다. 겸손한 자를 용서하시는 그분은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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