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2005. 8. 31. 오전 10:46:57

글자
가을입니다
 

    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 장석남 시인의 詩 <꽃밭을 바라보는 일> 가을입니다. 꽃밭에도 서걱이는 바람, 창가의 스산한 바람소리 들으며 물기마른 그늘로, 아름다운 편지를 적습니다. 함부로 멀리 가는 그리움의 연필은... 어느새 몽당연필입니다. 레이스 달린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밤 하늘의 별처럼 초롱한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꽃속에 낮게 머무는 햇빛 만큼이나 깡마른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생(生)은 때로 먼 길을 원한다. 마른 저수지처럼 외로운 그것은 낡고 서툰 다큐멘터리, 라고 읊는 시인의 가을입니다. 당신의 가을은... 레이스 달린 꿈의 꽃밭을 피워낼 수 있다면, 도망온 별 몇, 가여워 숨겨주는 숲속 같을 수 있다면, 영혼이 승한 나비의 얇은 생을 함부로 멀리 날릴 수 있다면!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