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밭에 스미는 바람으로
서걱이는 그늘로
편지글을 적었으면, 함부로 멀리 가는
사랑을 했으면, 그 바람으로
나는 레이스 달린 꿈도 꿀 수 있었으면,
꽃속에 머무는 햇빛들로
가슴을 빚었으면 사랑의
밭은 처마를 이었으면
꽃의 향기랑은 몸을 섞으면서 그래 아직은
몸보단 영혼이 승한 나비였으면
내가 내 숨을 가만히 느껴 들으며
꽃밭을 바라보고 있는 일은
몸에, 도망온 별 몇을
꼭 나처럼 가여워해 이내
숨겨주는 일 같네
- 장석남 시인의 詩 <꽃밭을 바라보는 일>
가을입니다.
꽃밭에도 서걱이는 바람,
창가의 스산한 바람소리 들으며
물기마른 그늘로, 아름다운 편지를 적습니다.
함부로 멀리 가는 그리움의 연필은...
어느새 몽당연필입니다.
레이스 달린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밤 하늘의 별처럼 초롱한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꽃속에 낮게 머무는 햇빛 만큼이나
깡마른 꿈을 꾸기도 하는
..가을입니다.
생(生)은 때로 먼 길을 원한다.
마른 저수지처럼 외로운 그것은
낡고 서툰 다큐멘터리, 라고 읊는 시인의 가을입니다.
당신의 가을은...
레이스 달린 꿈의 꽃밭을 피워낼 수 있다면,
도망온 별 몇, 가여워 숨겨주는 숲속 같을 수 있다면,
영혼이 승한 나비의 얇은 생을
함부로 멀리 날릴 수 있다면!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