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사계절 /이해인 수녀

2005. 4. 18. 오전 8:00:34

글자

내 마음의 사계절  -


꽃을 만나기 전
새 소리 먼저 들려오는 봄
봄이 오면 나도
삶을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되렵니다

얼음 덮인 침묵 속에 겨울을 견뎌
더욱 맑고 투명해진
나의 사랑을 안고
봄과 같은 가벼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 주십시오


해 아래 서 있으면
단숨에 불길로 타 버릴 것 같은 여름
여름이 오면 나도 불꽃이 되렵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
잃어버린 꿈 식어버린 열정
밖으로 불러내어땀흘리다보면

삶은 곧 축복이 될테지요?
웃음이 폭포로 쏟아지는 기쁨을 안고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푸른 하늘도 살며시 내려와
바람소리에 가슴을 여는 가을
가을이 오면 나도 바람이 되렵니다

동서남북 세상곳곳 여기저기 달려가서
생명을 불어넣는 바람
바람에 잘 익은 기도를 안고
가을 같은 서늘함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


춥고 힘들어도
하얀 눈을 기다리는 겨울
겨울이 오면 나도 눈꽃이 되렵니다

상처 받아 어둠 속에 숨은 이들
죄를 뉘우치며 눈물로 엎드린 이들

하얗게 덮어 주는 위로의 눈꽃
순결함이 빚어 낸 지혜를 안고

겨울 같은 눈부심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 주십시오

- 이 해인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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