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려면
레지오 마리애 단원 여러분!
어느덧 한 해를 보내고 또다시 새해를 맞이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레지오 마리애의 군사로서 행복하셨습니까?
하느님의 사랑받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행복하셨습니까?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한 해를 보내면서, 세상과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가느라 레지오 단원으로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로 인해 많은 희생과 수고가 많았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고 희생하신 여러분의 사랑과 봉사에 감사드립니다.
은퇴하신 후 평범하게 레지오 단원으로 봉사하던 60대 중후반의 어느 분이 단장으로 선임되신 소감 말씀을 소개해드립니다.
3-40대 젊은 시절 한창 건강할 때, 주酒님과 더불어 친하게 어울렸던 친구들이 나이 들면서 40대에는 위암으로 죽고,50대에는 간암으로 죽고, 60대에는 심장질환으로 죽고 오직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는데, 아마도 레지오 단장으로 봉사하라고 성모님께서 살려주셨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일입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질병이나 교통사고로 쉽게 죽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건강하다고 해서 꼭 오래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아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 목적에 맞게 그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사랑하라고 내가 살아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총리와 장관 등 고위직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세상이 뒤틀려도 엄청나게 뒤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모양과 양적 팽창이 성공과 발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리들의 의식과 가치관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부정과 불의를 얼마나 많이 저질렀느냐가 장관의 기본 자격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
이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가나 혼인 잔치에서 술이 떨어져 곤경에 처한 잔치집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들 예수께 간청하신
마리아의 따뜻한 눈길을 생각해봅니다.
용산 참사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길은 어떠셨을까요?
마리아의 군사들인 우리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그들의 아픔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권에 대해 생각해보셨는지요?
이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의 역할을 하는 사제들에 대해서도
사목이나 하지, 왜 정치에 끼어드느냐는 기득권의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요?
숫자 놀음과 허례허식을 벗어나 겸허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던 우리 한국인의 심성, 따뜻한 인정이 그립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향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악취를 풍길 수도 있고 아름다운 향기를 낼 수도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들은 어떤 향기를 내고 싶습니까?
당연히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려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구원받을 사람들에게나 멸망할 사람들에게나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입니다.
따라서 2010년 한 해 동안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기 위해서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철저하게 실천했으면 합니다.
1. 레지오 교본과 규칙에 얽매어 힘을 낭비하기보다는 레지오 마리애의 근본정신에 더 충실했으면 합니다.
2. 레지오 마리애 교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하느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성경 읽기와 성경 공부,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3. 하느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교리공부를 다시 했으면 합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육 외에 각자의 본당과 교구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육, 연수, 피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특히 열심히 선교하여 모시고 온 예비자들과 함께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4.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는 개인의 성화와 레지오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의 성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세나뚜스나 상급 평의회의 지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본당 신부의 지도와 말씀에 더 우선적으로 순명해야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인 선교, 곧 ‘복음화’에 앞서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셨고, 죄인들의 친구가 되셨던 그리스도를 닮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그리 되길 바랍니다. 아멘.
광주 Se. 지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