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성모님의 머리에 천상모후의 관을 씌우신다. 성부와 성자의 모습이 같다는 것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후광이 같다는 게 재미있다. 성모님은 이 모든 것을 두 손 모아 받아들이신다. 주님 탄생 예고 때처럼. 성모님의 옷은 여왕의 옷답게 화려하다. 그리고 흰 담비의 털로 가장자리가 장식된 망토는 온 세상에 활짝 펼쳐져있다. 이것으로 온 세상 사람들은 성모님의 보호를 받으리라.
성모님의 망토는 어둠을 가르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연결되어 있다. 성모 대관은 인간의 구원이라는 배경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성모님의 행적은 성모 승천으로 끝난다. 그러나 예로니모 성인에 따르면 성모님은 승천 직후 성부의 옥좌로 모셔졌다. 이 때문에 성모 승천 다음에 성모 대관이 그려졌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옥좌에 앉는 것보다 성모님께서 옥좌에 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성모님은 사람의 딸이셨기 때문이다. 사람이신 성모님이 천상옥좌에 앉으셨다면 인간인 우리도 그 자리로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발아래에는 두 도시가 있다. 예수님의 왼쪽엔 예루살렘성전이 보이고, 오른쪽엔 로마교회가 보인다. 예루살렘성전 끝에는 비어있는 그리스도의 무덤이 보이고, 로마교회 앞에는 사형선고를 받으시는 예수님이 보인다. 그런데 예루살렘성전 밑에 있는 지옥의 문은 닫혀 있고, 로마교회 밑에 있는 연옥의 문은 열려있지 않은가? 그리고 십자가의 예수님도 예루살렘성전을 향해서는 등을 돌리시고, 로마교회를 향해서는 팔을 벌리고 계시지 않은가? 이것은 이스라엘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천사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요, 새로운 이스라엘인 교회가 예수님을 받아들임으로서 천국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 영혼들은 구하고 있다.
천사의 반대편에는 하얀 옷을 입은 의뢰인이 십자가 앞에 꿇어 기도하고 있다. 그는 성지순례를 다녀온 로마와 예수살렘을 이 작품에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화가는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들여 로마와 예루살렘을 신학적으로 정립해서 그렸고, 그가 살았던 프로방스 지방의 풍경도 배경으로 그렸다.
양쪽에 있는 천사들은 성모님의 대관식을 찬송하고 있다. 성인들도 성모님의 대관식을 경축하고 있다. 세례자요한과 구약의 성조들, 베드로와 사도들이 맨 윗줄에 있고, 교황과 주교들, 스테파노와 부제들이 다음 줄에 있으며, 프란치스코와 수도자들,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녀들이 그 다음 줄에 있다. 그리고 교황과 왕들, 학자와 증거자들이 그 다음 줄로 자리를 잡고 있고, 마지막으로 베들레헴에서 헤로데에게 살해된 영아들이 맨 밑줄에서 성모님의 대관을 칭송하고 있다.
이로써 성모 대관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느님께서 성모님에게 왕관을 씌우는 엄숙한 의식이며,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찬양을 받는 거룩한 의식이며, 인간의 구원을 위한 교회의 가장 영예로운 의식이다. 이 모든 것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던 성모님은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신 분이시다.
[출처] 성모 대관-앙게랑 콰르통|작성자 그림 읽어주는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