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생님들의 염려와 걱정, 그리고 기도 덕분에 저희 마천동은 악천후 속에서
무사히 도보성지순례를 마쳤답니다.
첫째날은 아무 일이 없었져. 미리내 간판부터 성지까지 잘 걸어가고, 밥두 잘 먹고...
성지순례 프로그램과 야추 역시 만족스러웠답니다. 문제는 둘째날이었져.
출발때부터 꾸물꾸물 구름이 몰려들고, 바람이 장난이 아니더군여.
모후경당 앞에서 학생들의 짐을 먼저 다시 한번 추스리고, 우의를 신속히 꺼낼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라 크게 걱정은 안 되었답니다.
애덕고개는 그럭저럭 잘 넘었죠. 거의 다 넘었을 무렵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더니만,
간식을 먹고 망덕고개를 향해 출발한지 40분 남짓 지났을 때....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망덕고개 정상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와야 했는데... 아뿔사!!! 정상부터 내린 비는 순식간에 불어 길에 물골을 만들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전 그때 초등부 교사들의 초인적인 힘을 보았습니다.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을 먼저 안전하게 내려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교사들...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암튼 온갖 고생을 하고, 옷들은 모두 비에 홀딱 젖은 상태에서 점심을 먹기 위한 장소인 와우정사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건 비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앞이 안 보여....
남자교사들은 모두 차선을 점거하고 양방향 교통정리에 나섰고, 여교사들과 아이들은 모두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답니다. 수송담당선생님이 오더니만, 와우정사에서 문전박대를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이럴수가...
주임신부님 이하 사목회 분들과 수녀님 2분, 그리고 자모회분들이 아이들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 기다리고 계시는 동안이었는데, 막 나가라고, 여기서 뭐 하는거냐고 난리였답니다.
정말 뛰어가서 난동을 부리고 싶었답니다. 어쩜 같은 종교인이란 사람들이, 것두 자비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그럴수가 있습니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다행으로 가는 길에 음식점이 있었는데, 그 집 주인께서 비는 피하고 가라시면서 100명이나 되는 저희 일행을 가게 안으로 모두 들어오게 해 주셨어요. 정말 그분께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도보는 포기하기로 신부님과 회의를 하고 학생수송 문제를 위한 긴급회의에 들어갔죠. 수송차량과 사목회 회장님의 차, 그리고 자모회분들을 모시고 온 차량으로 1차 수송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우연인지 그 분의 뜻인지 차량이 모두 9인승 이상의 차량이었기에 한번에 30~40명을 수송할 수가 있었답니다. 아~~ 신앙의 신비여..
그러기를 서, 너번... 마지막으로 기다리시던 어른분들과 최종 관리교사까지 모두 태우고 가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산사태가 나서 길은 혼잡하고, 도로가 침수되어 거북이 걸음이구.... 생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여차저차 양지성당에 도착해보니 여기도 아수라장이었죠.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아우성치고, 물품을 정리하고 이동하느라 정신이 없고....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프로그램 진행을 홍미카에게 넘기고, 저는 사태수습에 들어갔죠. 뒤엉킨 물품을 차례대로 정리하고, 학생들 관리를 교사들에게 분배하고....
이렇게 해서 주금씩 사태는 진정이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갔던 저녁 프로그램을 모두 무사히 진행했답니다. 물론 1시간씩 뒤로 밀리긴 했지만.... 암튼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 관리를 우선으로 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렇게 둘째날은 일정을 마쳤답니다.
마지막 날엔 기상시간을 늦춰서, 피로를 풀게 하고 자모회에서 준비해 주신 아침식사를 하고 체험정리, 파견미사까지 잘 했답니다. 으~~ 하늘이 도운건지, 운이 좋은건지...
파견미사가 시작될 무렵 했볕이 뜨겁게 내리쬐었답니다. 허허허!!!
아이들은 그때부터 수영장에 언제 가느냐고 교사들을 볶기 시작하고....
파견미사를 마치고 상황을 봊는 신부님의 말씀대로 파견미사는 시작되었습니다.
평화의 인사때 우리 모두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생도 있겠지만,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에서인지 저도 코끝이 찡 하더군요...
신부님께서는 저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면서 "고생했어. 수고했구... 그래도 성공했다."
아~~~ 이 말이야말로 저를 초등부에서 버티게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암튼 신부님께서도 매우 흡족해 하셨죠... 후~~~ 이제 끝났구나. 하면서 다소 마음이 가벼워졌답니다. 수영장으로 이동해서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뒤를 돌아보니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골아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만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모두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늘 저희 곁에 계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