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245명 vs 12명

2001. 3. 10. 오후 11:48:26

11
글자

헥헥...

이제 집에 돌아왔어요.

오늘부터 우리 초등부 주일학교는 공식적으로 교리가 시작되는 날이랍니다. 개학은 지난 주에 했지만요. 2년 동안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사 시간 30분 전과 교리 후 30분은 정말 교사실이 전쟁터 같아요.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교리 준비물 나눠쓰느라 정신없고 오늘 챙겨야 할 사순 달력, 교리책(이것도 권수가 많아지면 장난이 아니거든요.), 은총통장, 지난주에 못 나눠준 사순 저금통과 가정통신문, 은총 도장, 작은 마음 여분....

저는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 12시부터 성당에 와있었는데 2시쯤부터 선생님들이 하나 둘씩 모이더라구요. 오늘은 2시 30분부터 신부님 특강이 있었거든요. 교사들이 알아야 할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 신부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어요.

강의가 3시 30분에 끝났고 선생님들은 다들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교리 준비하신거 점검하시고 3시 50분까지 대성전으로 올라오셨어요. 그리고 그때부터는 또 일찍 온 아이들 은총도장 찍어주는데 등록 안 한 아이들이 "선생님!!!! 저는 은총통장 왜 안 줘요!!! 나도 찍어줘요~~~" 휴...

미사가 끝나고 저는 소창을 하고(유일한 청년 여교사라는 죄로 제가 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답니다... 흑...) 소창이 끝나고 저는 제가 맡은 4학녀녀 교리실로 내려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40명의 아이들에 둘러싸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신입교사인 재형이가 보이더라구요.

이제 교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우리 성당 교리실... 정말 안 좋은거 아시죠. 말이 울리는거... 아이들이 40명이 함께 떠드니... 이건 시장바닥도 아니고... 저도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습니다.

1시간 교리 시간 동안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도 들려주고 한 명씩 돌아가면 간단하게 자기 소개도 하고 웃고 그런 좋은 교리를 기대헀는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그걸 허락해 주질 안더라구요. 30분 정도는 조용히 하라고 부탁도 해보고 달래기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벌도 세우고... 하지만 너무나도 낙천적인 우리 4학년 아이들은 제가 벌을 세워도 화를 내도 언성을 높여도... 절대 조용히 하질 안더라구요.

정신없는 1시간이 지나고 회합을 하면서... 거의 모든 학년이 특히 오늘은 혼자 교리를 한 연준이는 50명이나 왔었더라구요. 모든 선생님들이 혼이 빠져서 앉아있었어요.

오늘 미사에 나온 아이들만 해도 245명... 그 아이들을 통솔하는 교사 오늘 12명.

어른들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교사가 잘 하면 아이들도 잘 따른다고... 하지만 잘 해서 아이들을 잘 다루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렇게 하고 싶어도 안 되는 선생들이 더 많아서... 너무너무 힘든 하루 였어요.

오늘은 정말 저는 제 한계를 느끼는 하루였어요. 이제 245명이면 곧 300명이 넘을 텐데... 도대체 그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미사를 드리며 어떻게 교리를 할까...

헹...

아직은 245vs12 이라고 표현이 되네요.

어서 제가 조금더 나은 교사가 되서 245 and 12라고 말하고 싶어요. 좀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도 내 이야기들을 관심있게 들을수 있도록 그런 좋은 교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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