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교사실

2002. 12. 25. 오후 9:02:00

글자

낮에 어머니 선생님들과 청년 선생님들이 반짝이며, 딱딱이며, 밑그림이며 한바탕을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방금 뒤늦게 온 헬렌도 아이들을 몰고 왔다간 떡볶인지, 피자인지 아이들과 실갱이를 하며 썰물빠지듯 나갔다.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방학이 아닌 성탄절은 처음이다. 저녁 때만 나와서 연극준비를 하다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 물건을 사러 문방구에 나갔다 오고 간식을 사러 이마트에 다녀온 것을 빼면

하루 종일 창문하나 밖으로 나지 않은 이 지하 교사실에 있었다.

 

교사들과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순대도 사먹고 놀면서 준비해도 넉근했던 성탄제 준비가 여기 창4동에서는 버겁다. 교사의 수가 적기 때문일까, 아님 내가 나이를 먹고 이런 일에 이력이 나서일까?

 

김정식 아저씨의 노래를 듣고 있다. 그래 화곡본동에서 출신인 것은 여러가지로 은총이었다. 수염을 잘 깍지 않고 ’쓰레빠’를 끌고 다니던 사무장님, 로제리오 아저씨는 가끔씩 교리 시간에 들어 오셔서 노래를 들려주셨다. 이슬 성가대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도 얼마나 자주 깊은 영성적인 체험을 했는지. 그 꼬마들의 노래만 듣고 있으면 깊은 화해와 위로와 기쁨을 느꼈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을 이 있음을 생각하니.’

 

몸은 많이 지쳤지만, 괜찮다. 지난 12년 동안 혼자 일할 때가 많았는데, 왠지 모를 고단한 기쁨이 있었다. 어울리는 즐거움말고도 혼자 있는 순간에도 알 수 없는 갈망을 느껴 일할 때가 있었다.

 

이번 성탄절에는 좀 더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랬다. 발견한 것은 내가 아주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생각을 하니 참 기뻐서 어느 때보다도 좋은 성탄절이 되었다.

 

예전에는 슬퍼하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이들이 있음을 생각하고 나는 기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기쁘다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죄책감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삶이 여전히 ’괜찮지 않은’ 일들로 뒤덮여 있어도, 여전히 기뻐할 구석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주일학교는 언제나 그 기쁨의 이유가 되어주었다.

 

예전에 함께 교사했던 형, 누나들, 동기들 그리고 나의 제자이면서 후배인 교사들이 모두 그리운 성탄절 밤이다.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으로 이 밤은 언제나 더욱 특별하고 애틋한 느낌을 준다.

 

기쁜 성탄! 그대와 함께 기도하는,

창4동 교사 그리고 언제나 화곡본동 교사인

재선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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