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선생님께(내용은 반말임^^)

2002. 5. 31. 오후 11:06:02

글자

 소위 똘레길이라고 불리는 신학교 나무숲길, 예쁘지만 예전에 신학교에 다니다가 라틴어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학장신부님이나 원감신부님한테 찍히거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학교를 쫓겨날 때 짐을 싸들고 걸어나가는 길이라고 해서 ’똘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라틴어 사전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정말 ’똘레’라는 단어가 있는지.

  

  동성학교 담벼락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성신관 정원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왼쪽에 가끔씩 돌비석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문구들이 한국어와 라틴어로 씌어있다. 그중에 기억에 나는 것은 ’사람이 도모하고 하느님이 이루신다’는 말이다. 매번 라틴어 표현을 외우려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라틴어 문장을 외웠지만 ’Homo’어쩌구 저쩌구 ’Deus’어쩌구 저쩌구로 늘 중요한 부분은 까먹는다. 글쎄 늘 줄타기를 하듯 성소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있으며 많은 상념이 교차하는 신학생들에게는 많은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나는 신부가 될 수 있을까?’ ’사제행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번 기말고사는 잘 볼 수 있을까?’ 아무튼 신학생이라는 건 신부가 되지 않은 상태이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여정 안에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많을 것이 당연하다. 물론 아주 훌륭한 신학생라면,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신학생이든, 사제이든, 평신도이든 자기가 사는 지금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 안에 머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기도 하다만.

  

  아무튼 주일학교 행사들도 결국은 ’교사들이 도모하고 하느님이 이루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기획했던 일들이 모두 뜻대로 잘되고 아이들도 잘 참여해서 기쁘면서도 많이 체험하는 근사한 때도 있지만, 도무지 되는 일이없고 아이들, 교사들, 신부님하고 의까지 상하는 일도 많았다.

  

  예전에 우리 본당(화곡본동)에서 교감을 하던 배원길 아오스딩선생님은 행사전 기도 때마다 ’성공적인’이라는 말을 썼다. 경영학을 전공한 아오스딩 선생님에게 캠프는 거대한 project이고 logistics였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행사를 하는 것은 무슨 수련회 같은 걸 해서 아이들을 교리 지식이 많고 미사시간에 조용히 하는 아이들로 계도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 그리고 교사들이 ’어린이들과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 것이라면 정말 ’우연하게’ ’선사’되는 경우가 더 많다. ’선사’된다는 것은 결국 은총의 영역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자들은 모두 우연한 기회에 예수님을 만났다. 일을 하다가, 길을 가다가.......

 

  옆에서 발티가 빨리 적으란다. 웹전문가로서 가독성이 떨어진다면서.

 

  음 요점은 희정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교감선생님, 특히 나이가 어린 교감선생님들은 너무 두려움과 걱정에 싸여있을 필요가 없으시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않은 틈들, 나쁜 날씨, 실수, 아이들의 예상치 않은 반응, 그리고 심지어 의견충돌이나 갈등들을 통해서마저도 뜻하지 않은 ’하느님 체험’이 스며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은 봄날의 단비처럼 새하얀 겨울 눈처럼 어느새 마음 깊은 곳에 와계시므로.

 

  교감선생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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