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떡

2002. 5. 25. 오전 1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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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새신랑이 생겼다. 작년에 부임한 기술*가정 선생님이 한 주전에 결혼을 하신 것이다. 저 선생님이 저렇게 훤칠하고 잘 생겼었나 싶을 정도로 신수가 훤해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양복, 색감있는 사람이 고른듯한 넥타이, 좀처럼 화내거나 피곤해 하지 않는 모습, 뭐 그런게 모두 그 선생님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보이게 만드는 요인들일 것이다. 교직원 37명중에 이제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은 이제 딱 세명뿐이다.음악선생님, 나 그리고 전민배 신부님. 학교 선생님들 사이의 굳어진 지론은 음악선생님은 눈이 높고, 나는 결혼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개인 경조사로 도움을 받은 경우 대개는 빵과 마실거리를 돌려서 답례를 하는 것이 관례인데, 오늘 이 새신랑의 떡이 왔다. 치. 누가 신혼부부 아니랄까봐서 끝적끝적한 꿀인지 설탕인지 발라져있는 백설기를 돌린 것이 아닌가. ’조선생도 떡을 돌려야 하는거 야니야’ 하는 부장 선생님의 말씀에 ’장가 못간놈이 자살할테니 장례식에 오셔서 떡 마음껏 드시라고’앙칼지게 응수했다. 괜히 그래서 더 꼴이 초라해졌다. 아, 입다물고 있어야 본심이 안 드러나는 법인데. 이놈의 떡은 왜이렇게 손에 달라붙는거야,별로 맛도 없는게.

 

 어제는 세진이가 전화해서 자기 딸이 ’네가 커서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이라는 노래를 음정도 안틀리고 잘 부른다고 하면서 무엇보다 전화에다 대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친정어머니, 친정아버지에게 들려 드리면 너무 좋아하신다고 했다. ’세진아, 네 얘기를 들으니 참 내가 정말 불효를 하는 것 같다.’ 하고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하자는 식으로 화제를 돌리려 했더니 그래도 소위 절친하다는 이 친구의 동정어린 말 ’그래 너도 빨리 결혼해야지.’

 

 방금 교무실 옆을 지나는 영원한 핀급 은메달리스트 태권도부 문상원이도 나를 보고 얄궂게 웃으며 얘기한다.

 "선생님도 빨리 가셔야죠."

 "야, 너 종친지가 언젠데 아직도 수업안들어가고 있어. 빨리 안올라가.확 그냥."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는 맨날 결승에서 져서 은메달만 따오면서, 너나 잘해라. 임마.’

 

 무슨 떡이 이렇게 맛이 없는지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 파란 쓰레기통에 확 버려버려야지. 마실 것도 하필이면 한국에서 만든 가짜 마운틴듀냐. 원래 마운틴 듀는 얼마나 맛있는데. 이것도 교무실 싱크대에 확 쏟아부어야겠다.

 

 결혼도 그렇게 확 해버릴 수 있는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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