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간행물 민둥메아리 제4호
니맘대로? 인쇄
2001년 7월 5일 발행
편집인: 원재현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신부
주 간: 박창엽 파비아노 신부, 정영희 크레센시아 수녀
편집장/편집인: 김은영 크리스티나(북치고 장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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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민둥산에는 메아리가 없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알죠?)
그러나 민둥산에 올라가서 "야호~!" 하고 외치는 건 내 맘이다.
- 민둥메 禿山洞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
社告: 지난호부터 연재하기로 하였던 교사들의 교리내공 시리즈는, 일개 교사로서 다른 교사들의 내공을 쉽사리 이야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잠정 중단한다. 독자 여러분은 앞으로 이어지는 기사들을 읽으며 각 교사들의 교리뿐 아니라 교사생활 전반에 걸쳐 쌓이고 발산되는 내공을 짐작하시면 고맙겠다.
[단신] 독산 1동 본당 신설 결정
지난해부터 소문이 슬슬 돌던 새 본당 신설이 마침내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hot’이라 써 있는 반짝이는 그림을 달고픈 맘 굴뚝같으나, 그림 화일도 없고 기술도 부족함을 탓할 따름이다. 새 본당이 신설되면 현재 독산동 본당 관할 지역인 독산 1동과 구로 3동 본당 관할 지역인 가산동을 카바하게 된다. 그렇잖아도 본당 수가 유난히 많은(현재 16본당, 군종교구 2본당) 14지구에 독산 1동을 비롯한 두 본당이 새로 생긴다니, 새 식구의 등장은 반가우나 이 사태를 어찌 하오리까!
[여름행사] 독산동 초등부 여름행사의 내공과 비기
우와 여름이다. 퍼붓는 빗발과 쏟아지는 태양 아래 어린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대자연 위에 피어나고, 남몰래 흘려야 했던 교사들의 땀과 눈물마저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여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교사들이 간밤에 잘못 마신 술 한잔에 속쓰려 괴로워하고, 더러는 미적거리고 삐걱거리는 준비 상황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드물게는 일도 신나고 사랑도 넘쳐 행복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믿는다. 교사 여러분을 어엿비 너겨 동병상련하고픈 마음 가누지 못하여, 이번에는 독산동 초등부 여름행사의 내공과 교사들의 숨은 비기를 살짝 보여 드리고자 한다.
- "두목님, 쪽수가 딸립니다."
현재 정교사 수는 모두 일곱 명. 상황을 들추어 보니 하나같이 ’내 코가 석 자.’ 이 가운데 캠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다섯 명. 현재 확정된 보조교사 두 명은 직장인. 여기에 신앙학교 준비까지 해야 하니 다같이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마태 11,28) 셈이다. 워낙 넉넉한 정교사 인원에다 보조교사까지 풍년을 이루어 회합실에 의자가 모자라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1학기 내내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턱없이 적어’(루가 10,2) 한숨으로 보낸 나날이 얼마였던고...
- 느리다구? 여유라니까!
다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준비가 늦어진 것도 당연한 귀결. 7월 5일 현재 프로그램 2차 시안을 검토하는 중. 캠프를 처음 준비했던 지난해에는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큐시트를 짜고 있었다. 그러나! 급한 길일수록 돌아서 가랬다. 회합 때마다 인원은 비록 적지만 출석률은 어느 해보다 높고, 몇몇 프로그램에 구멍이 뚫렸던 지난해에 비해 진척 속도는 느리지만 안 나온 것 없고. 이번 주에 프로그램 완성하고 다음 주에 손발 맞추며 남은 기간에 작업하면 된다. 우리는 느린 게 아니라 여유로운 거라고 힘주어 외친다.
- 소박하게...
인원이 별로 없으니 자를 건 자른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준비할 양이 많다. 어쩌랴? 그렇담, 단순하게 가는 수밖에... 그리하여 교사들은 각자 굵은 프로그램 한두 가지만 맡아서 책임지고 짜기로 하였다. 추적놀이를 하더라도 한 사람이 기획에서 세부 프로그램까지 모두 구상하고, 회합 때 조정하는 식이다. 한 사람이 도맡아서 하려니 당근 복잡할 수가 없다. 이리하여 교사들을 괴롭히는 ’창작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고 몸과 마음의 부담도 덜어 보려 하는데... 잘 되고 있나? 잘 되기만을 바랄 뿐.
- 컨셉을 확실하게!
소규모 집단일수록 개개인의 개성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 개성도 최대한 살리고 행사에 참여할 어린이들도 배려하는 취지에서 선생님들의 각기 다른 이미지를 정하여 극대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테면 레크부장 선생님이 나오면 ’노는 시간인가 보다’, 캠프장 선생님이 나오면 ’음 이제 조용히 해야겠군’, 전례 선생님이 나오면 ’이제 무게를 좀 잡아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린이들 앞에서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오버를 해 보랴!!! 기회는 흔치 않다.
- 다같이 돌자 동네 열바퀴
일 못지않게, 아니 일보다 더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은 역시나 각종 스트레스. 조직원들 사이의 갈등, 감당하지 못할 만큼 힘든 일들에 대한 부담감, 오가는 말 속에 커지는 상처, 말하지 않아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시리라 믿는다.
이런 쓰린 속을 달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신종 뒷풀이법을 소개한다. 그것은...
’다같이 돌자 동네 열바퀴’
말 그대로, 심기 불편하거나 따로 할 말이 있으면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독산동 전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장점: 만보걷기 운동이 따로 없다. 레크와 댄스가 부담되는 선생님들께 적극 추천할 만하다. 말을 하면서 속도 풀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끝내는 웃는 낯으로 헤어질 수 있다. 술 마신 다음이면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귀가할 수 있다.
단점: 멀리 떨어진 동네에 사는 교사들에게 매우 미안해지는 수법이다. -.- 자칫하면 지역감정을 조장할 우려마저 있다. 그렇잖아도 늦은 귀가시간이 더 늦어진다. 귀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15분에서 60분으로 확 늘어 버린다. 동네 어린이들 눈에 잘못 띄면 스캔들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겠다.
허... 생각해 보니 그다지 신종도 아닌 듯하다. 그러나 술로 속을 달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이리하여 길다면 길게, 짧다면 짧게 독산동 초등부 나름의 행사 꾸리는 내공을 늘어놓아 봤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고 준비한 것만큼은 반드시 채워 주실 것이다. 그리하여 행사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슬프게시리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나름대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단련의 기회라고 믿는다. 이래저래 기쁘고 슬프고 신나고 괴롭고 힘든 교사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를 바라며, 마음 속으로 격려의 한 마디를 던진다.
"하느님이 우리의 빽이신데 무엇이 두려우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