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사는가
"여보 난 차를 뺄게",
"엄마 빨리 나와. 나 오늘 봉헌이야",
"엄마야! 제발!"
주일 아침 항상 현관문을 통해 들려오는 앞집 가족의 한바탕 소란을 듣는다.
"빨리빨리 엄마".
드디어 현관을 나서는 엄마가 "아들! 엄마 괜찮아?",
"엄만 뭘 바르지 않을 때 더 예쁜 것 몰라?",
"그래 고마워 아들".
3층짜리 연립주택이라서 현관을 마주하며 문과 계단을 같이 쓰는 상황이라서
현관문을 열지 않아도, 큰 웃음소리, 재촉하는 말소리는 우리 집까지
들려온다.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조용한 일요일의 아침이라 유난히 신경 쓰이는 목소리로
들린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들이 성당을 가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것을 어렵게 알아챌 수
있었고, 그래서 그들이 간다는 성당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책에서 읽은 어떤 예비자의 입교 동기입니다.
아주 평범한 우리 신자 가족들이 예비자에게 전해준 것은 무엇인지?
우리 신자들 안에서 늘 있을 법한 주일날의 일상인데, 무엇이 옆집으로
건너갔을까?
또한 평상시에 현관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들이 무엇이었을까?
돈을 많이 벌어오는 아빠의 월급날에 들려오는 엄마의 비명...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아들의 환호성...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친구를 데려온 딸을 칭찬하는 아빠의 목소리... 등등.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기쁨들이 그 예비자를 감동시켰을까요?
세상이 주는 기쁨으로도,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도 덮어 둘 수 없는,
소중한 그 무엇이 이 가족에게서 현관문 밖으로 흘러나왔을 것이라 믿습니다.
문을 두드려 선교하지 않고도 이웃을 성당까지 끌어낼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집에 있는 문도 막아낼 수 없이, 그 예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지만, 가정 안에서 흐르는 무엇인가가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건 아닐까?
또한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그가 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엇에 감동하며 살아갑니까?
세상을 살아가며 세상에서 얻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 질 수 없다."
이 말씀처럼, 이 예비신자를 성당으로 이끈 것은 우리 신자 가족의 웃음일 수
있고,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담고 있는 대화나 표정일 수도
있습니다.
감추어질 수 없는 것, 우리 일상 안에 감출 수 없어서 흘러나오고 흘러넘치는
것을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이 탐을 내는 우리들만의 것이 소금이고
빛입니다.
그것은 우리 가정공동체에서 시작되고, 또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황주원 미카엘 신부(해외선교 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