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6일 (녹) 연중 제6주일
주님의 계명은 주님께서 우리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계명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외적인 법조문의 준수와는 다릅니다.
주님에 대한 감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서 기꺼이 실천하는 사랑의
계명이야말로 우리를 참된 행복으로 이끕니다.
생명의 길로 이끄는 주님의 계명을 깨닫고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합시다.
독서 <주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불경하게 되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다.>
집회 15,15-20
<세상이 시작되기 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영광을 위하여 지혜를 미리
정하셨습니다.>
1코린2,6-10
복음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과 달리,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마태 5,17-37 <또는 5,20-22ㄴ.27-28.33-34ㄴ.37>
계명을 지키고 충실하게 사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으니, 각자에게는
생명과 죽음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는 합당한 것을 바란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지혜는 하느님의 지혜를 뜻한다.
세상의 권력자들에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없애시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셨다.
주님께서는 법조문의 외적 준수보다는 깊은 내면에서부터 올바른 행위를
선택하는 것을 요구하신다(복음).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신 지 오늘로 꼭 다섯 해가 되었습니다.
2009년 2월 16일, 그분이 숨을 거두시자 추운 날씨에도 며칠 동안 명동
성당 앞에 늘어선 추모객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기억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교회를
넘어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바르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추기경님의 모습을 더욱 생생히 떠올리며 생각하게 되는
장소들이 있을 터인데, 저에게는 모교인 서울 신학교의 주교관과 우리
본당의 고해소입니다.
강의하러 신학교에 가, 지난날 부제품을 받기 전 추기경님과 마주앉아
면담을 한 주교관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우리 본당의 고해소에 들어가
그 문 안쪽에 누군가 붙여 놓은, '별이 지다.'라는 문구와 함께 환하게
웃으시는 추기경님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를 보면서 저는 그분을
가슴속에 그려 봅니다.
그런데 추기경님의 '옹기'라는 아호의 뜻에 대해서는 선종하시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본당의 한 교우분에게서 추기경님 관련 사진과 그분을
추모하는 글을 모은 아름다운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책에는 질그릇을 뜻하는 추기경님의 아호에서부터 그분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특별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였습니다.
"과연 우리는 질그릇인가? 뭇사람은 별과 같은 존재, 보석과 같은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추기경님이 다르신 이유는 바로 별이 아니라,
보석이 아니라, 질그릇이 되셨기 때문이다"(김명훈).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접적인 인연이 없어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그러한 분이셨기에 수많은 이의 영적인 아버지가 되셨던
것입니다.
질박한 옹기그릇처럼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그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미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