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말씀:빼앗긴 성탄 찾아오기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성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요?
제가 직접 조사를 해본 것이 아니기에 틀릴 수도 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쇼핑몰,
호텔 등을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빵집이나 레스토랑이라고 응답하는 이들도 있을 듯합니다.
사실 앞서 열거한 곳들은 성탄이 되면 가장 분주해집니다.
백화점의 야외 조명은 일 년 중 성탄을 전후로 가장 화려해집니다.
쇼핑몰과 호텔 등도 크리스마스 특가, 크리스마스 패키지 등의 상품을 내놓으며 성탄을 가장
열심히 준비하는 업종입니다.
빵집은 한가득 케이크를 만들어 쌓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며, 레스토랑도 미리 예약한 손님들로
빈틈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성탄은 가족, 친구, 연인과 즐겁게 보내는 날일까요?
파티와 잔치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우리도 성탄을 잘 보낸 것일까요?
2000여 년 전,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신 성탄은 물론 지금과 달랐습니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낭만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성탄을 기억하려 꾸미는 구유는 따뜻한 조명이 비추고 깨끗한 지푸라기가 놓여있으며 귀여운
동물들이 평화롭게 주변을 감싸는 모습이지만, 사실 예수님의 탄생이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압니다.
깨끗한 물 한 바가지 얻기 쉽지 않은 곳, 동물의 배설물 냄새가 시큼하게 코를 찌르는 곳, 낯선
불청객을 마주한 동물들의 위협적인 움직임과 울음소리가 뒤섞인 인생 막장 같은 곳이 바로
마구간이었습니다.
문틈을 뚫고 들어오는 황소바람에 맨살을 드러내기 어려운 그 처참한 곳에서 예수님은 태어나신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세상 만물을 주관하시는 분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낮은 모습,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우리를 만나러 오신 강생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주님의 탄생 스토리를 비참하다 말하면서도 숨기지 않고 가장 위대한 탄생,
거룩한 신비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예수님이 태어나실 마구간은 어디일지 묵상해봅니다.
큰비가 오면 속수무책으로 빗물이 들이치는 반지하, 빵 만드는 기계 앞에서 밤새워 일하면서도
끼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청년 노동자의 공장, 도심에서 일어난 황망한 참사에 자식을
떠나보내고 그 원인을 알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집, 그렇게 화려한 조명 뒤, 잊혀진 곳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요한 1,14)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요한 1,10)했다 합니다.
우리가 성탄을 기억하는 이유, 성탄을 기뻐하는 이유는, 그렇게 낮은 곳으로 먼저 찾아오신 주님처럼
우리도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닐는지요?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 민족화해위원화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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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어서 오세요, 아기 예수님! 경배와 찬미를 받으소서.
구약 백성들은 불평이 많고 자주 죄를 짓습니다.
때마다 예언자가 나타나 회개하라고 일깨우지만 다시 죄에 빠지곤 합니다.
우리와 구약 백성은 다름이 없습니다.
결국 하느님은 사람이 되시어 오늘 우리 가운데로 오십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사시며 병고를 낫게 하시고 위로와 기쁨을 주시며 희망을 주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구원을 얻고 평화를 누립니다.
-사진설명:목5동성당:홍덕희 아녜스 | 가톨릭사진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