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알아가는 생태신학 33 : 호모 심비우스
현생 인류는 생물학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학명으로 불립니다.
이는 라틴어로 '지혜로운 사람' '현명한 사람'을 뜻합니다.
현생 인류가 뛰어난 두뇌를 갖고 찬란한 문명 발전을 이뤄 오늘날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種)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가 그렇게 지혜롭기만 했을까요?
인류 역사에서 학살이나 전쟁 같이 이성보다는 광기가 지배한 어두운 사건들이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을 볼때, 인류가 스스로에게 '지혜로운' '현명한'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다소 자만일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오늘날 인류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환경
문제들을 야기했고 지금도 그 심각성을 무시한 채 계속 지구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인류는 결코 지혜롭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인간이 과거엔 누구나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었던 물을 이제는 돈을 주고
페트병으로 사서 마셔야 하는데도 과연 현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인류가 이제 '만물의 영장'이나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공생하는 사람'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생물이 살기 위해 서로 관계를 맺듯이 인간 역시 혼자 살 수 없으며,
지구가 건강하고 다른 생물들이 그 안에서 온전히 살 수 있어야 인간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1코린 12,12-30에서 몸의 비유를 들어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다양한 은사와 일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몸은 많은 지체들로 이루어져 있고, 지체들은 고유한 제 역할을 합니다.
"온몸이 눈이라면 듣는 일은 어디에서 하겠습니까?
온몸이 듣는 것뿐이면 냄새 맡는 일은 어디에서 하겠습니까? (…)
눈이 손에게 '나는 네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고, 또 머리가 두 발에게
'나는 너희가 필요 없다.' 할 수도 없습니다"(12,17.21).
바오로 사도는, 다양하고 고유한 지체들이 한 몸에 속해서 일치를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인 공동체 역시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은사들의 일치로 이루어진 하나의
몸임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하는 것입니다'(12,26 참조).
다양성과 일치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다른 피조물 그리고 지구와의
관계에 연결해서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은 '호모 심비우스'이므로 다른 피조물을 향해 '나는 네가 필요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고통을 겪으면 인간 역시 고통 받고, 그들이 온전할 때 인간 역시 온전할 것
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가르쳐준 일치가 교회 공동체뿐만 아니라 인간과 다양한 피조물이
모두 고유한 지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지구 공동체를 통해서도 실현되기를
바라봅니다.
-이다한 스테파노 신부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