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말씀:호의호식합니다, 덕분에
한국 영화 <기생충>이 각종 영화제에서 호명됩니다.
우와…. 유엔 회의장이 BTS의 공연 무대가 됩니다.
우와…. 어느 순간 영화, 음악, 음식 등 K-컬처가 지구인들의 호평을 받습니다.
우와…. 문화적 생산과 성장에는 한눈을 팔지 않고 평생을 반듯하게
문화 소비자로 살아온 입장이지만 괜한 자부심이 피어오릅니다.
그들의 남다른 예술적 감각이 자신의 민족적 성향과 언어적 동질성에도
녹아 있는 것처럼 우쭐합니다.
덕분에 어깨에 힘들어 갑니다.
2146. 이천백사십육 명. 작년 한 해 동안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수의 추정치라 합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다 죽는 이들이 그렇게나 많습니다.
지인을 통해 부음을 전해 듣기도 하지만, 주변에 일하다 다치고 죽는 이들을
직접 마주 대할 일이 흔치 않기에 그러한 죽음은 비현실적인 숫자로만
다가옵니다.
새벽 시간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에(덕분에) 심란해집니다.
기생충을 다시 호출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회충약으로
상대해야 하는 그 존재의 삶을 불러냅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봅니다. 자기반성의 이성적 능력을 갖춘 기생충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숙주를 향한 무한 감사와 애정이
솟아납니다.
나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살아갑니다(기생, 寄生). 숙주의 노고 덕분에
불로소득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당신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나도 자기반성을 해 봅니다.
맑은 정신으로 이 쾌적한 생활을 떠올려 봅니다.
당연히 무한 감사와 애정이 솟아납니다.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寄生).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대에도 방역과 의료에 애쓰는 이들 덕분에 건강히
지냅니다.
물건이든 음식이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속 배달해 주시는 분들의 수고 덕분에
여전히 모자람 없이 살아갑니다.
다른 이들의 수고와 온갖 좋은 것이 가득한 세상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의
숙명을 그렇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아갑니다.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여러분도 여러분 덕분에 살아가지요?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에 기대어 우리는 살아갑니다(寄生).
우리들 서로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갑니다(공생, 共生).
우리 모두 덕분에 살아갑니다.
혼자 잘난 척 살아갈 수 있습니다만 혼자서는 못 삽니다.
잘난 척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덕분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덕분이라는 마음이 서로에게 확장되는 인식의 변화를 살고자 합니다.
그러한 변화를 모색하는 때가 사순 시기입니다.
생각의 변화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권고하시는
회개입니다.
생각의 틀, 일상의 태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루카 13,3)이라는 예수님 권고에
멈칫하게 되는 사순 제3주일입니다.
다시 새롭게 기도, 자선, 단식을 통한 회개의 여정, 변화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김한수토마스 신부 | 종로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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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탈출 3,7)
섬마을 시장에서 만난 예수님입니다.
유서 깊은 성당도,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아닙니다.
이렇게 화려한 예수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시선이 애처롭습니다.
인간의 온갖 아픔과 수많은 죄들이 총천연색의 조각이 되어 담긴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많은 이들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고자 그분께서 가시관을 쓰셨습니다.
-사진 설명:장은미 베르나디아 | 가톨릭사진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