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3일(다해)사순 제2주일
생명의 말씀:멍 때리기
몇 년 전부터 '불멍', '물멍', '산멍', '숲멍' 같은 말을 자주 듣습니다.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위로받는다는 것에서 유래된 표현입니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다양한 우울증 징후를 보이는 많은 이가 위로와 휴식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시대적 징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톨릭 신앙 안에서 '멍 때리기', 특별히 사순 시기 동안 영적 위로와 휴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제1독서(창세 15,5-12.17-18)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계약을 맺으시는
이야기입니다.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
(창세 15,6)
믿음과 희망의 인간, 아브라함은 주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단입니다.
그의 믿음을 보시고 주님은 후손과 땅과 축복을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주님을 향한 믿음은 절망 중에도 희망을 꽃 피우게 합니다.
한편 제2독서(필리 3,17-4,1)에서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필리 3,20)라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로마 제국에서 필리피는 여러 특권이 부여된 도시였는데, 바오로는 필리피인들에게
세속적 특권에 안주하지 말고 하늘나라 시민으로서 특권을 누리라 격려합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필리 4,1)이라고
덧붙이며, 바오로는 필리피 교회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신뢰를 재확인합니다.
이처럼 사랑과 신뢰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위로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음(루카 9,28ㄴ-36)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를 다룹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산에 오르신 예수님은 기도 중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뒤, 구약의 예언자인 모세와 엘리야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이때 잠들어 있던 제자들이 깨어납니다.
그들 중 베드로는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루카 9,33)라며 호언장담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만 영광스러운 구원이 완성될 텐데, 베드로는 미처
이 구원 계획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거룩한 변모 사건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길을 거쳐 완성하실 부활의
영광을 그리스도인들이 미리 희망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사순 시기 동안 신앙인들이 '멍 때리기' 할 수 있는 화두는 주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 사랑과 희망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걸어온 인생 여정에서 주님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보는 것,
그리고 일상 속 '소용돌이'와 거리를 두며 나와 동행하시는 주님 안에 잠시 머물러
보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디에서 위로와 휴식을 찾고 계십니까?
-김상우바오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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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과 함께 앞으로 닥칠 고난을 미리 예견하며, 기도하러 떠난
제자들에게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시며 그리스도 부활 이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살아갈 것을 십자가상 앞에서 다짐합니다.
-사진 설명:파주 파티마 평화의성당:김대환 안드레아 | 가톨릭사진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