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요한 6,68)
예수님께서 처음 등장하셨을 때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그중 대다수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망해서 떠났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습니다.
이때 베드로 사도의 훌륭한 대답이 나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서품받는 새신부들에게 항상 서품 성구를
물어보셨습니다.
제 서품 성구는 바로 오늘 말씀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왜 이 성구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신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저 자신에 실망해서, 또는 다른 이들이 못마땅해서 신학교를 나갈 생각을
몇 차례 했습니다.
이제 저는 감사하게도 사제품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오랜 세월 사제 생활을 하면서 분명히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이 성구를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자 선택했습니다."
제가 설명을 하는 동안 추기경님께서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추기경님은 갑자기
"강신모"라고 제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예?" 저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추기경님께서는 "빼기(-)"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예?"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추기경님께서는 또다시 "예수님은 무엇이냐?"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강신모-예수님=?'
제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추기경님께서는 큰소리로 마지막 말씀을
하셨습니다.
"빵이야, 빵! 예수 그리스도 없으면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절대로 예수님을 떠나지 마라."
사제 수품 때의 제 예상대로 사제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방황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가 선택한 성구와 추기경님의 "빵이야. 빵!"을 기억하면서
인내로써 그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기쁘게 할 때도 있지만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삶이 잘 안 풀리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사람들에게 실망할 때, 예수님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럴 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을 되새기면서 오직 예수님만을
의지하며 나아갑시다.
-강신모 프란치스코 신부(구리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