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선물 할 거면 차라리 돈으로 주지!"
제 방 벽에는 꽃 한 다발이 걸려있습니다.
몇 주 전 선물 받은 것으로 지금은 다 말라서 조금 있으면 버려지겠지요.
이런 이유로 꽃 선물을 반기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죽는 거 꽃 선물 할 거면 차라리돈으로 주지!.라고
말씀하실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선물할 때의 꽃은 분명 살아있습니다.
비록 뿌리는 잘리고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죽어가고 있지만, 그 순간은
살아있습니다.
결국 꽃 선물을 한다는 것은 짧지만 아름다움과 향기를 머금은 살아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를 마음 안에 간직한다면 꽃 선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더 없이 기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꽃을 인간의 유한한 삶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굉장히 긴 시간처럼 보여도, 존재와 시간을 뛰어넘는
주님 앞에서 우리의 삶은 꽃다발보다 짧은 찰나에 불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주님께선 그런 우리를 위해 인간의 몸으로 오시고,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 구원에 대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당신 나라의 백성으로서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나와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들을 묵상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1독서에서 레위인들은 회중에 모인 이들에게 하느님의 율법서를
풀이합니다.
유배는 물론, 성전 재건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낸 유다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위로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해 뜰 때 부터 한낮까지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그동안 지은 죄로 슬퍼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오늘은 주님께 거룩한 날이니 그분께서 베푸는 기쁨을
함께 나누며 그 안에 머무르라고 위로합니다.
마찬가지로 복음은 예수님께서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리를 읽으시며,
세상의 고통 받는 이들의 해방을 선포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듣는 이들 가운데서 이루어졌다고 전함으로써,
구원이 먼 훗날 그저 막연하게만 여겨지는 추상적인 때가 아니라
주님과 함께 하는 그 순간 당신을 통해 이루어지고 완성된다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그러니 미루고 미루다 주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어릴 적 저희 집 거실 벽에는 다음의 문구가 새겨진 나무판이
걸려있었습니다.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미움을…"
비록 한 다발 꽃송이처럼 짧은 우리의 삶이지만, 그 모든 순간을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는 돈으로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통해 이웃을 향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고 완성될 것입니다.
해외 원조 주일을 지내며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들,
그리고 가까이는 돌아갈 곳 없는 난민을 향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성령의 세례로 한 몸이 된 우리가 각 지체로 서로 돌보며 기뻐하고
아파해야 한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이들을 향해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조문혁 안드레아 신부 (마두동 부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