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숨, 인간의 말 그로부터의 향기에 대해

2018. 6. 13. 오전 6:28:29

글자

 

하느님의 숨, 인간의 말 그로부터의 향기에 대해

 

 

'영원한 청년, 순수한 영혼' 등, 서른아홉 짧은 삶을 '혁명'에 바쳤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체 게바라’에게는 늘 이러한 별명이 뒤따른다. 의과 대학생이었던 그에게는 좋은 집안의 자제라는 배경과 함께 의사라는 탄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1952년, 그는 선배와 함께 오토바이를 끌고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라틴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났다. 여행 도중 그는 곳곳에서 가난과 수탈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장밋빛 미래를 버리고 고통 받는 민중을 위한 삶을 사는 혁명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아마존 강 유역의 한 인디언 나환자 마을을 지날 때였다. 그런데 일반 나환자촌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환자들과 일반인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나병 앞에 버려둘 수 없다며 함께 아프고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게바라는 한동안 그곳에서 선배와 함께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다. 살이 썩어 뼈밖에 남지 않은 환자에게 끝까지 매달려 살려내기도 했다. 그러한 정성과 사랑을 보여준 게바라를 위해, 인디언들은 그가 마을을 떠나기 전날 소박한 음악회를 열어주었다. "아코디언을 타는 사람은 오른손에 손가락이 하나도 남지 않아 손목에 대나무를 이어 놓았더군요. 그 대나무 손으로 연주를 하는 거예요. 노래를 부르는 이는 장님이고요. 다른 연주자 대부분도 나병의 특징인 신경계 이상에 따라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이들이 호롱불에 의지해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가족, 이웃, 친구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은 사람들. 게바라는 그들에게서 자신의 신념이 된 따뜻한 사랑과 연대를 배웠다고 기록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떤 느낌으로 이 이야기가 다가오나요?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신적지위마저 포기하려 하신 삼위일체 하느님, 인간의 지성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이 지극한 사랑의 신비를 오늘 묵상하면서, 오늘 나도 ‘또 다른 체 게바라’가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가 걸어간 길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내어놓은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길임을 깨닫기에 그렇습니다. 비록 그가 이상적인 공산주의 혁명가였지만, 그가 바란 세상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바로 사랑으로 서로 내어주는 세상 말이죠. 사랑의 본성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존재원리인 그 사랑을 본받아, 온통 사랑으로 내어주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그 사랑을 우리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나부터 주님 사랑의 향기를 뿜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나의 말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령의 숨을 우리도 숨 쉬고 있는지 말이죠. 나 스스로가 미움과 질투, 탐욕이라는 악령의 숨을 쉬고 있다면, 그야말로 큰일입니다. 그리고 외적인 말뿐만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말도 정화해야 합니다. 부정적이고 사나운 폭력의 말이 생각난다면, 얼른 성령을 불러야 합니다. 악에 여러분을 내맡기지 마십시오. 우리는 주님의 ‘성령의 숨’을 받은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말해야 합니다. 꽃은 나무가 피워내는 최고의 아름다움입니다. 꽃을 안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안다는 것이죠. 꽃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진한 향을 맡을 수 있고, 좋은 향기는 오래도록 남고 멀리 갑니다. 사람의 향기도 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게도 백리향 천리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냥 몸에 뿌린 향수에서 나오는 향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내는 가장 좋은 향기는 말에서 풍겨 나옵니다. 마음이 담긴 따뜻한 말, 사랑이 가득 담긴 언어는 그 향기가 멀리멀리 갈 뿐 아니라 오래오래 풍겨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풍기는 인격의 향기는 바람이 없어도 상대에게 잘 전달됩니다. 그리스도인 여러분, 사랑의 삼위일체 하느님의 숨이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한다는 그 기쁘고도 복된 사실을 명심하며 살아갑시다. 우리에게서 탐욕의 악취가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과 겸손의 향기가 발산되는 복된 은총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늘 살펴보며 살아갑시다. 그 향기로 주님의 품에 안기고픈 내가 되고 싶습니다. 간절히…. -설종권 요한 세례자 신부 (수원교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