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2016. 8. 23. 오전 6: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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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신자들은 연말이 되면 본당 사무실에 기부금 납입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옵니다. 예전에는 간혹 신자들 가운데 자신이 낸 교무금과 봉헌금 이상으로 증명서를 발급해줄 것을 당당히 요구 하곤 합니다. 안된다고 하면 따지기도 하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라는 말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도 하는 해프닝이 종종 있었습니다. 우리말 중에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말은 갈등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것저것 따지기 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분란 없이 그냥 좋게 넘어가자는 뜻으로 흔히들 사용합니다. 세상에 이 말처럼 훈훈하고 관용과 포용력을 지닌 언어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일을 마무리하자는 것이니 갈등 상황에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설득하는 이들이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사람으로 여겨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허나 꼭 좋은 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 속에는 좋지 않아도 좋은 쪽으로 해결하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의 효용성은 건강한 다수의 사람이 아니라 불법이나 잘못을 저지르는 일부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삶의 진리를 다 깨달은 것처럼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렇지'라며 훈계까지 합니다. 그러나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말속에는 윤리나 도덕적인 평가는 결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잘못이 있고 허물이 있어도 굳이 들추어내거나 문제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이 정도쯤이야 뭐 어때!’라는 도덕적 불감증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흔히 쓰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위선적인 자기변명이며 불법적인 자비와 관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행동으로도 당신의 말씀을 실천하셨습니다. 자신에게 불이익과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의 불법과 위선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씀하셨습니다. 형제 여러분, 예수님은 분명 자비와 관용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의 불의와 모순 그리고 위선에 대해서는 단호하셨습니다. 그러다가 갈등과 불편함 혹은 위협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인 우리도 단호해야 할 것입니다. 편리와 이익을 위해 작은 것에 눈감고 변명하려는 자신에게도 단호해야 하며, 세상의 불의와 모순 그리고 위선에 대해서도 단호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우리도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십자가로 인내하고 이겨내는 사람, 그 사람이 참된 신자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자신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정수철 야고보 신부(대구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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