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2015. 10. 12. 오전 6: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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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세례자의 출생 예고(1,5-25)와 예수님의 탄생 예고(1,26-38)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대비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강력하시다.'는 뜻을 지닌 가브리엘 천사가 즈카르야와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뜻을 전하지요. 나이도 많고 아이를 못 낳는 즈카르야의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고, 남자를 알지 못하는 마리아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예고였습니다. 하지만 천사의 예고에 두 사람은 사뭇 다르게 반응을 합니다. 즈카르야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여,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겠느냐며 천사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20절). 반면 마리아는 주님의 종으로서 천사의 말을 믿지요(38절). 즈카르야는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을 따르는 사제였지만, 마리아는 그처럼 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공적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도 아니었습니다.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한낱 젊은 처자였지요. 가진 것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나자렛의 가난한 처녀였답니다. 당시 여성은 남자와 관련지어서만, 곧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 아버지의 딸로서만 제 존재를 나타낼 수 있었지요. 마리아는 어떤 호칭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 입은 여인이었지요. 하느님의 일하심은 우리네 생각과는 참으로 다릅니다. 아니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내치시고, 어느 때는 역설적이고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바를 이루십니다. 그러니 우리의 뜻을 좇는 게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겠지요.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 이연수(성서신학 전공,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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