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잔치라는 말은 참 정감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잔치한다는 말은 잘 못 보던 사람들을 오래 간만에 만난다는 뜻이고,
또한 평소에 먹지 못한 음식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몇 년 전 두물 머리에서 미사 할 때 두물 머리 강(江)이 꽁꽁얼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곳이 고향인 농민 한 분이 이야기하길 강마을 사람들은 혼인 잔치를
일부러 겨울에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강이 얼면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예전에 여름에 혼인 잔치를 하면 초대 받은 사람들이
한참을 돌고 돌아오지만, 겨울에 잔치를 하면 강이 얼어서 단번에 걸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겨울에 잔치를 하면 음식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좀 걱정이 덜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잔치를 한다는 것은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것이고, 또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초대와 나눔이 잔치의 본질임을 잘 알기에 강마을 사람들은 여름 보다는 겨울에
잔치를 했던 지혜가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혼인잔치에 초대하고 있는 임금이 나옵니다.
잔치에 초대하는 임금과 잔치에 가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초대와 응답은 마치 하느님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계시와 그 계시를 믿는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지게 됩니다.
하느님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시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부르시고
계십니다.
그것은 마치 강마을 사람들이 초대한 사람들이 오기 쉽게 겨울에 잔치를 하듯이
우리들을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통로, 다양한 배려로 우리들을 부르십니다.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해서 초대하면 뭐합니까?
초대했는데 안 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잔치 초대에 안 오는 이유는 복음에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습니다(5절).
한마디로 일상에 매몰되어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잔치가 있다고 아무나 초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초대받은 사람들이고 그 응답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의 일상도 중요한지만 우리 삶 안에서 우리를 다양한 방법과 배려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초대에 대한 응답의 시작이고 하느님과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이현섭 안사노 신부 (환경농촌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