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교회의 삶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신 성령에서 비롯합니다.
성령에 따른 삶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듯 용서의 삶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오신 성령께 용서와 화해를 실천할 은총을 청하며 정성을 다해 이 미사에
참여합시다.
독서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사도 2,1-11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1코린12,3ㄷ-7.12-13
부속가
<성령 송가>
오소서, 성령님. 주님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 아버지, 오소서 은총 주님, 오소서 마음의 빛.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저희 생기 돋우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위에 시원함을, 슬플 때에 위로를.
영원하신 행복의 빛, 저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하게 채우소서.
주님 도움 없으시면, 저희 삶의 그 모든 것, 해로운 것뿐이리라.
허물들은 씻어 주고, 메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을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 주고, 차디찬 맘 데우시고, 빗나간 길 바루소서.
성령님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이들에게, 성령 칠은 베푸소서.
덕행 공로 쌓게 하고, 구원의 문 활짝 열어, 영원 복락 주옵소서.
복음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요한 20,19-23
오순절에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강림하셨다.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불꽃 모양의 혀들로 갈라지며 사도들에게 오신
것이다.
사람들은 사도들의 말을 각기 다른 자신의 지방 말로 알아듣는 것을 체험하며
놀라워하였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가 성령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다.
성령을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을 주님이시라고 고백할 수 없다.
성령은 공동선을 위하여 하느님에게서 선사되었다.
은사는 다양하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시다(제2독서).
유다인들이 두려워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어 평화의
인사를 나누시며 사명을 부여하신다.
그들이 성령을 통하여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남을 것이다(복음).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호흡이 절로 달도다.//
물과 성신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태양이로세!//
뭇사람과 소란한 세대에서/
그가 다만 내게 하신 일을 지니리라!//
미리 가지지 않았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영혼은 불과 사랑으로! 육신은 한낱 괴로움./
보이는 하늘은 나의 무덤을 덮을 뿐.//
그의 옷자락이 나의 오관에 사무치지 않았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하늘을 삼으리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인 정지용 프란치스코의 '다른 하늘'이라는 시입니다.
1934년 『가톨릭 청년』 제9호에 실렸다가 이듬해 발간된 『정지용 시집』에
수록된 시이니, 이미 오래전의 작품이나 감동은 여전합니다.
아름다운 서정시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은 주옥같은 신앙 시들도 많이 남겼는데,
이 시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는 이 시를 보좌 신부로 사제직의 첫발을 내딛고 맞은 첫 번째 성령 강림
대축일의 「서울주보」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나 그때 받은 깊은 감동은 지금도 그대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활약한 위대한 종교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성령 강림'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와 그림이 실린 주보의 앞면을 제 책꽂이에 한참 붙여 놓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이사를 거듭하면서 아쉽게도 잃어버렸지만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일미사』의 묵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면 이 시를
교우님들과 함께 나누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다른 하늘'을 품고 사는 행복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는 대축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매일미사에서-